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이 한국인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세웠다. 웬만한 부상에 끄덕없는 김하성의 내구성과 승부 근성이 만들어낸 위업이다.
김하성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4타수 2안타 1볼넷 3출루와 함께 도루 2개를 성공했다.
1회 첫 타석부터 다저스 선발 바비 밀러 상대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김하성은 3번 후안 소토가 루킹 삼진을 당할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시즌 23호 도루로 지난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시절 추신수(SSG 랜더스)가 기록한 22개를 넘어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세운 순간이었다.
김하성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회에도 좌전 안타로 1루에 출루한 김하성은 소토 타석 때 다시 2루 도루를 했다. 시즌 24호 도루였지만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의 2루송구가 옆으로 빗나가며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던 김하성의 왼쪽 옆구리를 그대로 맞힌 것이다.
통증이 있었지만 김하성은 슬라이딩 후 다시 벌떡 일어섰다. 옆구리 맞고 공이 옆으로 튄 사이 3루를 노리며 후속 플레이를 이어갔다. 다저스 유격수 아메드 로사리오가 빠르게 공을 찾아 주웠고, 김하성은 2루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왼쪽 옆구리를 잡고 표정을 찡그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김하성답게 교체는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2루에서 플레이를 이어갔다. 9회 끝까지 경기를 정상 소화했다.
전력 질주할 때마다 헬멧이 벗겨지는 게 트레이드마크가 된 김하성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어지만 부상 회복력이 대단하다. 올 시즌 3번의 부상이 있었지만 금방 털고 일어섰다. 지난 5월26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고 쓰러졌지만 1경기만 빠졌고, 지난 6월8일 뉴욕 메츠전에선 주루사 이후 덕아웃 물통을 걷어차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다쳤으나 역시 1경기만 쉬고 복귀했다.
지난달 3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도 3회 홈 슬라이딩으로 득점하는 과정에서 상대 포수와 충돌해 오른쪽 어깨를 다쳤지만 바로 다음날 경기에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하는 회복력을 보였다. 김하성은 “100% 건강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라면 매일 경기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이 높은 도루이지만 24개나 성공할 정도로 김하성은 열정이 넘친다. 이에 지난 4일 메이저리그 은퇴선수협회(MLBPAA) 투표로 선정되는 ‘하트&허슬 어워드’에도 샌디에이고 대표 선수로 뽑혔다.
김하성의 도루 24개는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11위, 내셔널리그(NL) 공동 5위에 해당한다. 산술적으로 올해 35도루까지 가능한 페이스. 2021년 6개, 지난해 12개의 도루를 한 김하성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인 2019년 33개가 개인 최다 도루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