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판단을 받자".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유망주 문동주의 이닝제한에 관련해 의학적 판단을 받아 결정해야 한다는 지론을 내놓았다. 무조건 120이닝에 매달리지 말고 의사가 괜찮다면 그 이상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향후 이닝 제한을 풀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전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시절 2023시즌 120이닝 제한을 걸었다. 데뷔했던 2022시즌은 13경기에 등판해 28⅔이닝을 던졌다. 퓨처스리그 16경기 13⅓이닝을 소화했다. 1~2군 통산 42이닝이었다. 한국야구의 간판투수가 될 재목을 부상없이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올해는 선발로테이션을 수행하며 5일 기준으로 18경기에서 93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5이닝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닝도 포함되어 있다. 대표팀 선발투수로 최소 1경기 5이닝만 던진다고 가정하면 22이닝이 남았다. 당장 6일 KIA와 광주경기부터 계산에 들어가면 5경기 정도 등판하면 제한 이닝에 도달한다. 진짜 순위싸움은 9월인데 문동주는 8월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상황이다.
최원호 감독은 "팀 안에 가이드를 정하는 전문가는 없다. 코치, 데이터팀, 트레이너는 소견을 내는 전문가 집단이 아니다.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소견은 의사들이 낸다. MRI 체크를 통해 팔상태를 관찰하고 투구여부를 정하면 된다. 50이닝 던져도 의학체크가 안좋다면 접어야 한다. 100이닝을 넘겨도 이상 없는데 접는다는 것은 의문이다. 과도한 관리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닝제한을 정한 것은 아니다. 전임 수베로 감독은 팜시스템에 있었던 분이다. 구단과 논의해서 가이드를 정했다. 내가 오자마자 틀어버릴 수는 없고 이어갈 수 밖에 없다. 현재 구단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당장 바꾸자는 말이 아니다. 포괄적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유망주는 계속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팀 자산이자 국가의 자산이기도 하다. 만일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귀국해서 검사를 했는데 괜찮다는 소견이 나왔는데 투구가 안된다면 웃기는 일이다. 나중에는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갖는 쪽으로 수정해야 한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최 감독의 발언은 면밀히 추적관찰하면서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이닝제한을 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KT 소형준이 신인시절 120이닝을 넘기고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하면서 결국은 팔꿈치 수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는 최원호 감독체제가 되면서 탄탄한 선발진과 경기력으로 중위권을 위협하고 있다. 5강 희망도 보인다. 5위권까지 6.5차이다. 앞으로 치열한 순위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우천취소로 야구일정이 길어지면서 아시안게임이 끝나도 순위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중요한 시점에서 160km 투수를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