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KBO리그 최고 투수가 한화에 있다. 2년차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3)가 주인공이다. ‘마구(魔球)’ 수준으로 올라온 주무기 체인지업을 앞세워 5월 이후 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01)을 기록 중이다.
페냐는 지난 3일 대전 두산전에서 6⅓이닝 1피안타 4볼넷 3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한화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7회 1사 후 볼넷과 연속 몸에 맞는 볼로 만루 위기를 만들고 내려가는 등 사사구 7개가 아쉬웠지만 팀의 4연패 탈출에 발판을 마련한 의미 있는 호투였다.
경기 후 페냐는 “날씨가 습해서 땀이 많이 났다. 7회 들어 피로감이 오면서 제구도 흔들리고 힘든 상황이 됐다”며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매 경기 잘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볼넷도 주고, 주자를 내보낼 수 있다. 다만 다음 경기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은 있다.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날까지 페냐는 시즌 20경기(117이닝)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 2.69 탈삼진 102개 WHIP 1.09 피안타율 2할6리 퀄리티 스타트 15회를 기록했다. 피안타율 1위, 퀄리티 스타트 3위, WHIP 5위, 평균자책점 6위, 이닝 7위, 다승·탈삼진 8위로 투수 주요 부문에서 모두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4월 개막 한 달은 꽃가루 알레르기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5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5.48로 부진했다. 하지만 5월 이후 15경기 중 1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하며 7승2패 평균자책점 2.01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5월 이후 평균자책점, 퀄리티 스타트 1위로 리그 최고의 투구를 하고 있다.
페냐의 호투 행진은 체인지업이라는 확실한 주무기가 있어 가능하다. 볼끝 변화가 심한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고, 결정구로 쓰는 체인지업이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홈플레이트 근처에 와서 뚝 떨어진다. 패스트볼과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다 보니 타이밍을 맞추기 더 어렵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페냐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 랭크된 구종 가치를 지녔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20년 LA 에인절스 시절 메이저리그에서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259명 중 체인지업 구종 가치 58위로 상위 22%에 해당했다.
페냐는 “체인지업은 내가 두 번째로 잘 던지고 자신 있는 구종이다(첫 번째는 직구). 확실히 편한 느낌이 있고, 항상 체인지업을 연습하고 있다. 원래도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이 정도로 좋지는 않았다. (2021년 LA 에인절스 시절) 트리플A 있을 때 코치가 새로 알려준 그립으로 던진 뒤로 더 좋아졌다. 작년부터 이 그립으로 던지면서 계속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냐에게 많은 투수들이 체인지업을 물어본다. 페냐는 “그립을 어떻게 잡고, 어떤 식으로 던지는지 물어보는데 그렇게 따라하진 않더라”며 웃었다. 같은 팀 160km 파이어볼러 문동주도 그 중 한 명인데 페냐의 체인지업을 따라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동주는 “페냐가 체인지업 던지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그렇게 던지기 쉽지 않다. 자세한 방법은 영업 비밀이지만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 진짜 신기하다”며 “페냐는 생각하는 마인드에 있어서 배울 게 많은 선수다. 경험이 부족한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고마워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