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국 복귀까지 고민했던 김하성(28)이 이제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없어선 안 될 ‘대체 불가’ 선수로 영광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2023년 하트&허슬 어워드(Heart and Hustle Award) 샌디에이고 대표 선수로 선정됐다. 메이저리그 은퇴선수협회(MLBPAA)가 수여하는 이 상은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며 야구의 가치, 정신, 전통을 가장 잘 구현한 현역 선수에게 주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은퇴 선수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상인데 각 팀별로 1명씩 뽑는다. 시즌을 마친 뒤 전현직 선수들의 투표로 30명의 선수 중 1명을 최종 수상자로 결정한다. 지난 2005년 제정된 이후 이 상의 후보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 선수는 추신수(SSG 랜더스)에 이어 김하성이 두 번째. 추신수는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두 차례나 선정된 바 있다.
팀 내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워크에식 좋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샌디에이고도 구단 SNS를 통해 ‘김하성이 파드리스의 2023 하트&허슬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며 포스터를 게재했다. 김하성도 자신의 SNS에 이 포스터를 올리며 ‘나한테 큰 의미가 있는’이라는 짧은 소감을 스마일 이모티콘과 같이 달았다.
전력 질주할 때마다 헬멧이 벗겨지는 게 트레이드마크가 된 김하성은 공수주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사랑을, 동료 선수들에게 신뢰와 인정을 받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쟁쟁한 스타 선수들이 많지만 누구보다도 김하성에게 잘 어울리는 상이다.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도 이 소식을 전하며 ‘김하성은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파드리스의 MVP가 될 수 있다. 그의 플레이 방식은 확실히 극찬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을 떠나 파드리스와 계약한 지 3년째인 김하성은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겨 15홈런과 함께 타율/출루율/장타율 .284/.380/.458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도루(22개)까지 커리어 하이인 김하성은 수비에서도 디펜시브 런 세이브(DRS·수비로 실점을 막은 수치) 14로 전체 6위이며 2루수 중에선 10으로 1위’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였던 2021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지난 3일 업로드된 메이저리그 출신 강정호의 유튜브 개인 방송에 최지만(샌디에이고)과 함께 출연한 김하성은 “첫 해에 진짜 엄청나게 힘들었다. ‘다 포기하고 한국에 다시 가야 하나’ 이 생각도 엄청 했다”며 “그때 왜 포기를 못했냐면 너무 망가져서 한국에 돌아가도 제가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야구를 못할 것 같았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멘탈이 너무 무너져 있었다”고 돌아봤다.
2021년 첫 해 김하성은 백업 선수였다. 고정된 포지션 없이 117경기(63선발) 타율 2할2리(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 .622에 그쳤다. 김하성은 “(강)정호형이 포스팅으로 길을 열어줘 저도 좋은 계약을 하고 왔다. 저 다음 선수들도 포스팅으로 미국에 올 텐데 제가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약간 무서웠다. 첫 해에 특히 그랬다. ‘나 때문에 이제 못 오면 어떡하지?’ 이런 게 있었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