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닝의 종소리를 울려라.
KIA 타이거즈가 육상단의 번트 야구로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지난 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최원준과 김도영의 절묘한 번트 2개로 역전과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승기를 잡았다. 향후 치열한 순위경쟁에서 KIA 야구의 방향성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1회초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적시타로 1-0으로 앞섰으나 선발 이의리가 1회 제구가 흔들리며 4점을 헌납하며 어려운 경기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의리가 안정감을 찾고 실점을 막자 야금야금 한 점씩 쫓아갔고 3-4까지 추격했다. 응집력이 강해진 만큼 찬스가 오면 뒤집을 태세였다.
6회초 드디어 기회가 왔다. 선두타자 박찬호가 좌익수 왼쪽으로 2루타를 날렸다. 번트 타이밍이었고 상위 타선으로 연결되는 만큼 강공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리드오프 최원준은 초구에 번트를 댔다. 타구는 3루쪽으로 흘렀다. 그런데 3루수 강한울이 서두르다 1루 악송구를 범했다.
세이프티 번트 처럼 타구 속도와 방향이 절묘한데다 최원준의 빠른 발까지 더해지며 상대 3루수의 실수를 유발했다. 곧바로 동점이 되면서 빅이닝을 서막을 알렸다. 이어진 무사 1루에서 김도영은 다시 한 번 치명적인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원태인의 초구에 번트를 댔다.
원태인이 뛰어나와 볼을 잡고 1루에 빠르게 뿌렸다. 원심은 아웃. 그러나 비디오판독결과 김도영의 발이 먼저 베이스를 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사 1,3루 기회로 이어졌고 원태인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어진 나성범의 볼넷, 최형우의 2타점 적시타, 김선빈의 적시타 , 고종욱 희생플라읻, 김태군 적시타가 줄줄이 이어지며 6득점을 올렸다.
9-4로 경기를 뒤집었고 결국 KIA는 12-8로 승리를 거두었다. 원태인은 5회까지 3실점으로 잘 막았으나 6회 3점(2자책)을 내주며 패전을 안았다. 타선의 화끈한 지원을 받은 이의리는 5이닝 4실점 투구로 시즌 9승을 따냈다. 6회 무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으나 불펜들이 막아주어 자책점도 뛰지 않았다. 육상단 번트야구가 가져온 위닝시리즈였다.
최원준과 김도영의 번트는 상대의 허를 찌르며 흐름을 가져오는 중요한 방아쇠 노릇을 했다. 발이 빠른 만큼 번트로도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타자들이다. 이런 인식을 심어주면 상대 내야수들이 한 발이라도 더 전진수비를 한다. 타격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더군다나 김도영, 최원준에 이어 박찬호까지 KIA 육상부는 최근 타격 상승세에 올라있다. 이날까지 최근 10경기 기준으로 최원준은 3할, 박찬호는 3할5푼6리, 김도영은 3할1푼7리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번트까지 대며 출루한다면 상대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타자들이 아닐 수 없다. 바로 빅이닝을 알리는 종소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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