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해줄 줄 몰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 선수 이야기가 나오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승엽 감독은 “우리 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 부진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잘해줄 줄 몰랐다”며 “이야~”라는 감탄사도 크게 내뱉었다. 외야수 정수빈(33) 이야기였다.
정수빈은 그 전날(2일) 한화전에서 연장 12회 1-1 균형을 깨는 우전 적시타를 쳤다. 4-1 두산 승리를 이끈 결승타. 이어 2루 도루를 성공하며 상대 배터리를 흔든 정수빈은 양석환의 좌전 안타 때 홈을 밟아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올 시즌 2경기 결장을 빼고 팀 내 최다 87경기를 출장 중인 정수빈은 타율 2할7푼1리(317타수 86안타) 24타점 41득점 37볼넷 출루율 3할5푼5리를 기록 중이다. 타율, 출루율은 2020년 이후 개인 최고 기록. 타석당 투구수도 규정타석 타자 50명 중 1위(4.3개)로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여기에 도루 22개는 리그 전체 2위 기록으로 2019년(26개) 이후 4년 만에 20도루 고지를 넘었다. 박해민(LG)과 함께 중견수로서 KBO리그 최고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그는 수비 기여도도 높다. ‘스포츠투아이’ 기준 야수 WAR 2.33으로 양의지(4.21)에 이어 팀 내 2위이자 리그 전체 21위.
정수빈은 지난 2020년 12월 두산과 6년 최대 5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FA 시장에서 외야 보강을 노리던 한화가 정수빈에게 큰 관심을 보여 몸값이 크게 치솟았다. FA 계약 후 2년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겼지만 3년차가 된 올해 몸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부임 첫 해 이승엽 감독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감독은 “사실 정수빈에 대한 기대가 컸다. 워낙 빠르고, 잘 맞히고, 수비도 잘한다. 원래 부상도 거의 없는 선수라고 들어서 타격만 어느 정도 해주면 팀에 좋은 영향이 가겠다고 봤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이 감독은 “팀을 위해 헌신해준다. 열심히 수비하면서 뛰어준다.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은 양의지와 투수들이 잘해준 것도 있지만 정수빈이 1번타자로 좋은 역할을 해준 게 크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숫자뿐만 아니라 매 경기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으니 감독이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정수빈을 향한 이 감독의 기대는 앞으로도 크다. 정수빈은 커리어 내내 8월 이후 타격 지표가 상승해 9~10월에 정점을 찍는 그래프를 그려왔다. 두산의 포스트시즌에는 늘 ‘가을 영웅’ 정수빈이 있었다. 이 감독은 “가을에 강하다고 하니 앞으로 더 기대된다. 이제 8~9월이니 더 잘해줘야 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