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백업은 없다. 9년차 무명 내야수 이도윤(27)이 한화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도윤은 지난 3일 대전 두산전에 2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 7회 우익선상 2타점 3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활약으로 한화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 첫 선발 2번타자로 나선 경기에서 첫 3루타를 2타점 쐐기타로 장식하며 팀의 4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이도윤은 “평소보다 승리에 더 많이 기여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번타자는 처음이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부담은 없었고, 타석이 빨리 돌아오겠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후반기 11경기 21타수 8안타로 팀 내 타율 1위(.381)에 빛난다.
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이도윤은 2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0년 후반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백업으로 역할이 제한됐다. 올해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할 만큼 기대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주전 유격수로 뛰던 베테랑 오선진이 햄스트링 통증으로 수비를 하기 어려워지자 5월20일 1군에 콜업됐다. 백업 수비수로 예상됐지만 6월부터 선발 기회를 늘리더니 일취월장한 수비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경기 출장 기회가 늘어나자 타석에서 스윙도 날카로워졌다.
한화의 대체 불가 유격수였던 하주석이 음주운전 징계에서 해제돼 지난달 11일 1군에 복귀했지만 지금도 주전 유격수는 이도윤이다. 하주석은 1군 복귀 후 팀의 12경기 중 2경기에만 선발출장했다. 이도윤이 쉽게 자리를 내놓지 않은 영향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잘하고 있는 선수를 뺄 순 없다. 경기를 거듭합수록 이도윤의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주전을 바꾸지 않고 내부 경쟁을 유도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하주석과 자리를 맞바꿀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도윤은 7월 이후 3할대(.333) 맹타를 휘두르며 시즌 타율도 2할6푼7리(135타수 36안타)로 끌어올렸다. 팀 내 최다 희생번트 8개로 작전 수행 능력이 좋고, 5개의 도루로 주력도 갖춰 공수주에서 쓰임새가 많다.
어느덧 3개월째 선발 유격수로 출장 중인 이도윤은 “솔직히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먼저 나가는 선수가 주전이라는 생각으로 팀에 도움이 되려 한다. 선발로 나가지 않아도 뒤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아직 주전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백업에 머물고 싶은 선수는 없다. 프로 세계에 영원한 주전도, 만년 백업도 없다는 진리를 이도윤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동안 1군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한 이도윤은 올해로 9년차이지만 연봉이 3400만원에 불과하다. 리그 최저 연봉(3000만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인데 올해 활약이라면 내년에 큰 폭의 인상을 기대할 만하다. 지난달 3일 득남하면서 야구를 더 잘해야 할 동기 부여가 커졌다. 이도윤은 “힘들 때도 가족 생각을 하면서 더 열심히 뛰게 된다. 아내가 집에서 혼자 육아하느라 힘들 텐데도 내게 신경을 많이 써준다. 아내에게 항상 고맙다. 더 열심히 하겠다”며 가장의 책임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