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한 투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30·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직접 이유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가족 문제를 언급했지만 그 이면에는 ‘돈’ 문제가 있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7피안타(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디트로이트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7승(5패)째를 거둔 로드리게스는 평균자책점 2점대(2.96)를 유지했다. 90이닝 이상 던진 아메리칸리그 투수 46명 중 평균자책점 5위.
이날 경기 후 현지 취재진의 관심은 로드리게스의 승리가 아니라 그 전날(2일)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다저스로의 이적을 거부한 것에 집중됐다. 선발투수 보강이 절실했던 다저스가 디트로이트에 유망주를 주고 로드리게스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지만 당사자가 이를 거부하며 화제가 됐다.
퇴짜 맞은 다저스, 표면적인 이유는 로드리게스 가족 문제
지난 2021년 11월 디트로이트와 5년 7700만 달러에 FA 계약한 로드리게스는 당시 10개 팀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 조항을 넣었다. 다저스도 그 중 한 팀이었고, 로드리게스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저스는 트레이드 최종 단계에서 물을 먹었다. 디트로이트 구단에서도 미처 예상 못한 일이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은 “일이 이렇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 팀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무척 아쉬워했다. 로드리게스와 친분 있는 다저스 선수들까지 동원했지만 디트로이트에 남고 싶은 로드리게스 의지를 꺾지 못했다.
로드리게스도 이번 일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날 경기 후 로드리게스는 “스캇 해리스 디트로이트 야구운영사장과 모든 대화를 나눴다. 궁극적으로 나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이곳에 남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로드리게스는 “다저스나 서부 해안 지역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우리 가족이 행복해할 수 있는 곳이 중요했고, 디트로이트에 남기로 결정했다. 다저스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가족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최우선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의 에이전트 진 마토도 이번 일에 대해 성명을 내며 “로드리게스 계약서에 트레이드 금지 조항을 넣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프로 선수에게는 돈, 명예, 유명세와 함께 매우 어렵고 개인적인 측면도 있다. 많은 선수의 아내와 자녀들은 선수가 트레이드될 때 삶에 불안정을 많이 겪는다. 우리는 그걸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로드리게스는 리그 최고의 좌완 선발투수 중 한 명이지만 가족의 안정을 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 다저스행 트레이드 이야기가 나온 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진짜 이유는 돈 문제? 다저스에 1년 2000만 달러 추가 계약 요구
그러나 로드리게스가 돈 문제로 트레이드를 거부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3일 ‘디애슬레틱’은 ‘소식통에 따르면 로드리게스와 에이전트 마토는 다저스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계약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로드리게스도 “트레이드의 세부 사항이 나와 가족이 원한 게 아니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함구했는데 결국은 돈 문제였다는 것이다.
디애슬레틱은 로드리게스 측이 올 시즌을 마치고 옵트 아웃을 하지 않을 경우 다저스에 1년 2000만 달러 계약을 추가하는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는 올 시즌 후 FA가 되는 옵트 아웃 권리가 있다.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2026년까지 5년 계약이 이어진다. 로드리게스는 옵트 아웃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2027년 연봉 2000만 달러 추가 계약을 다저스에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토는 이와 관련한 디애슬레틱 질의에 코멘트를 거부했다.
디애슬레틱은 ‘로드리게스가 다저스에 합류할 의지가 있었다면 마토는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 로드리게스, 마토의 의도를 잘못 읽고 다저스와의 트레이드가 무산될 경우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스캇 해리스 디트로이트 사장도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디트로이트는 트레이드 시장 최고 선발 카드로 유망주 영입 기회를 놓쳤다. 시즌 후 로드리게스가 옵트 아웃하면 디트로이트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선수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리빌딩 중인 팀 기조상 로드리게스를 팔고 유망주를 받는 게 정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