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높은 곳을 향해 달리겠다."
선발 투수로만 커리어를 쌓아오던 김원중(30)의 불펜 전환이 확정됐던 시점은 2019년 겨울이었다. 2019년, 롯데는 KBO 역사에 손꼽힐 만한 꼴찌 시즌을 보냈고 2020년부터 대대적으로 개편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2016년 FA 계약으로 합류해 4년 동안 94세이브를 기록했던 손승락이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계약하지 않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그 자리를 이어 받은 게 김원중이었다.
구단이 김원중이 갖고 있는 자질을 극대화 하기 위해 불펜 전환을 최종적으로 결정했을 때, 김원중 스스로는 "이게 맞는 건가?" 라는 의구심이 스스로에게 들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커리어 87경기 중 71경기를 선발로 나섰던 만큼 선발로서 애착도 강했고 선발 보직이 더 적합하다고 했었다.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성적은 그의 확신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커리어 평균자책점 6.28, 선발로는 6.34에 달했다.
41년의 구단 역사에서 전통적으로 불펜보다는 선발에서 전설급 선수들이 배출됐다. 최동원 윤학길 염종석 주형광 손민한 송승준 등 구단 선발 계보를 이을 선수들은 즐비했지만 불펜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마땅하지 않았다. 박동희 강상수 임경완 김사율 정도가 구단 역사에서 눈에 띄는 불펜 투수들이었다. 결국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활용하거나 외부에서 마무리를 수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후자의 사례로서 구단 역사에 족적을 남긴 선수가 손승락이었다. 손승락은 2016년 합류해서 롯데에서만 219경기 15승14패 94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51의 성적을 남겼다. 2017년에는 37세이브를 올리면서 구단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원중의 커리어 시작 시점과 손승락의 롯데 커리어의 시점은 거의 겹쳤다. 그런 손승락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했던 김원중은 결국 손승락의 후계자에서 손승락을 뛰어넘는 롯데 마무리의 최고 자리에 섰다. 김원중은 지난 2일 사직 NC전에서 6-3으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8세이브 째를 수확했다. 그리고 통산 95세이브로 손승락이 갖고 있던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원중은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뒤 "너무 대단하신 손승락 선배님과 비교과 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감개가 무량하다"라면서 "사실 기록에 대해서 몰랐는데 방송 인터뷰 중에 알게 됐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렇게 내가 많은 세이브를 기록했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손승락 선배님과 저는 비교 되기에는 아직 너무 먼 선수다. 마운드에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그렇게 나도 손승락 선배처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다"라고 했다.
이런 역사의 주인공이 된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많은 세이브를 할 날이 올지는 생각지도 못했다"라면서 "이런 날이 오게끔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준비를 잘 하면 될 것 같다. 아프지 않고 꾸준히 시합을 나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시즌을 진행하면숫자나 이런 기록들은 또 따라온다고 생각해서 몸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다.
이제 김원중이 기록하는 세이브 하나하나가 롯데의 새 역사가 된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롯데에서만 뛰면서 이런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라며 "롯데에서 95세이브를 올렸으니 100세이브, 150세이브까지 계속 올렸으면 좋겠다"라고 다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