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2차 입장문 후폭풍..33년 특수교사 녹취분석 "학대NO"→나경원 목소리 [Oh!쎈 이슈]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08.03 09: 10

발달 장애 아들을 학대 했다는 혐의로 특수교사를 신고한 웹툰 작가 주호민이 2일 2차 입장문을 발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마침 문제의 녹취가 공개된 날, 문제의 녹취록이 공개돼 대중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이를 둘러싸고 전문가, 정치인, 영화 감독 등이 목소리를 내기도. 
주호민은 이번 2차 입장문에서 ▲아이에 대하여 ▲학폭위에 오른 사건에 대하여 ▲성교육 강사 요구에 대하여 ▲녹음기를 넣은 경위에 대하여 ▲왜 녹음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하여 ▲5명의 변호사 상담에 대하여 ▲분리 요구 대신 고소를 택했는가에 대하여 ▲저희 잘못에 대하여 ▲두 번째 녹음에 대하여 ▲고소 이후 상황에 대하여 ▲재판 상황에 대하여 ▲전학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갑작스러운 보도의 소나기 속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는 현재의 제도는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교사님들께 사과드립니다 등의 항목으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밝혔다.
공개된 공소장에서 특수교사는 주호민의 아들에 대해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 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다.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야, 니(네)가 왜 여기 있는 줄 알아? 학교에 와서? 너 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니네(너희) 반 교실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너 친구한테 못 어울려.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 가. 못 간다고”라고 말했다.

주호민은 2차 입장문에서 "재판정에서 상대 교사는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를 혼잣말이었다고 주장했고 사과보다는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신 걸로 보였다. 사과가 곧 유죄의 증거가 될 수도 있으니 섣불리 사과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아이의 엄마는 상대 교사께 사과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처벌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 '네'라고 답한 것"이라며 "아내와 상의하여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라고 알렸다.
앞서 주호민은 해당 사건이 불거진 후 밝힌 1차 입장문에서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객관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하고자 외부 자문을 구했다고도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 또한 짚어봤다.
- 33년 특수교육 전문가 류재연 교수
33년 특수교육 전문가가 웹툰 작가 주호민의 자녀 녹취록 분석한 후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일 EBS 뉴스는 33년의 특수교육 전문가인 류재연 나사렛대 교수가 주호민의 아들을 가르친 특수교사 A 씨의 문제가 된 상황의 녹취록을 분석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류 교수는 발달장애 선별의 필수 검사 도구를 개발한 인물로 그가 분석한 의견서는 12쪽 분량에 달한다.
EBS 뉴스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 씨가 주호민의 자녀에게 사용한 '고약하다'란 표현, "반에 가지 못한다"라고 말한 부분"이라며 류 교수의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류 교수는 '고약하다'는 표현이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에서 쓰였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주호민의 자녀 또한 이 말을 듣고 화를 내거나 침묵하는 등의 정서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주호민의 아들이 "너야, 너,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는 표현에도 즉각 대답하면서 당시 상황을 아동학대로 인식한 정황이 없다고 봤다. 또한 "너희 반 못 간다"고 말한 부분도 전후 맥락을 살핀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더불어 당시 A 씨가 "너희 반 못 간다"라고 말하자 주호민의 아들은 "왜 못 가?"라고 질문, 그러자 A 씨는 앞서 주호민의 아들이 신체를 노출한 일을 직접 언급한 상황에 대해 류 교수는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라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당시 상황에서 불필요한 잔소리는 없었고,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수업 내내 존대어를 유지한 점 등을 아동 학대와 연결지을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해당 발언은 주호민 부부가 아들 가방 안에 넣어둔 녹음기를 통해 몰래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 나경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해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간다"면서 "장애 학생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선 특수교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다운증후군 딸을 둔 엄마다.
나 전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주호민씨 사건으로 특수교육 관련해 특수교사와 장애 학생이 대립적 구도가 됐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특수교사들의 고충도 장애 학생과 부모의 염려도 모두 사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의 시스템은 특수교사 1명당 학생 수가 4명으로 터무니 없이 많다"고 꼬집었다.
나 전 의원은 대책으로 특수교사 수 증원과 일반교사 대상 특수교육 연수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장애 학생들은 개개인마다 너무 다른 특성이 있다"면서 "환경이 불편하면 좋은 특성보다 나쁜 특성이 발현되기 쉽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데 출발은 교사 1인당 학생 수, 보조교사 등의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정한 통합교육을 위해선 (특수교육 연수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장애인에게는 우리가 해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다운증후군인 딸의 초등학교 시절을 언급했다. 그는 "실내화를 신던 시절 우리 딸은 늘 '아이들이 내 운동화를 갈아 신겨주려 해서 귀찮아'라고 말했다"면서 "아이는 운동화를 갈아 신는 것을 기다렸다가 함께 교문까지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눌 친구를 원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친구들은 도와준다고 (딸의) 운동화를 갈아 신겨주고는 뛰어가 버렸으니. 교사들도 선한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쪼록 지금의 갈등이 더 나은 선진 사회로 가는 기대되는 진통이 되길 바라면서 제도 개선을 생각해본다"라고 말했다.
- 영화 '말아톤' 정윤철 감독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은 주호민 가족을 향한 과도한 비난 여론을 경계했다.
'말아톤'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년이 마라톤을 통해 성장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정윤철 감독은 최근 개인 SNS에 장문의 심경글을 게재했다. 그는 글에서 "나는 '말아톤' 감독으로서 특정 웹툰작가에 대한 멸문지화급의 과도한 빌런 만들기를 멈추고, 그의 아들을 포함한 많은 발달 장애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히 등교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대폭 증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언론과 여론이 힘을 쏟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울러 특수 학교를 세우려할 때마다 집값 떨어진다고 길길이 뛰며, 장애를 지닌 아이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빌도록 만드는 고질적인 님비 현상을 재고하는 계기 또한 되길 빈다"라며 "안 그러면 웹툰작가의 별명인 '파괴왕'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고양을 위해 쌓아온 그 동안의 사회적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이 땅의 수많은 초원이('말아톤' 주인공 이름)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힐 우려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윤철 감독은 "선생님들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언론은 항상 기저에 깔린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진짜 빌런을 추적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본다.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충분히 봤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건의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진행된다.
/nyc@osen.co.kr
[사진] OSEN DB, SNS, 방송 캡처,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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