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타자의 스윙 이후에 포수가 배트에 맞으면 제재해야 한다.” 롯데와 LG에서 감독을 지낸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위험한 스윙’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양 위원은 2일 키움-LG의 잠실 경기 중계방송 도중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6회 오스틴 딘이 헛스윙하며 배트가 포수의 왼쪽 팔뚝을 스치는 장면이 나왔다. 심한 타격은 아니었지만, 이지영이 왼팔을 돌리면서 이상을 체크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침 1루 주자 문성주가 도루를 시도하는 순간 벌어진 상황이다. 자칫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지만, 정확한 송구로 2루에서 아웃을 잡아냈다.
이 장면에서 양 위원은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 머리에 맞으면 퇴장이다. (마찬가지로) 타자가 스윙을 하고 난 이후에 포수가 배트에 맞으면, 그런 부분도 제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옆에 있던 이승현 캐스터가 “최근에 최재훈 선수가 다쳤다”고 말하자, 양 위원은 “그렇다. 지금도 이지영 선수가 팔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 캐스터는 또 “타자도 당연히 (헤드샷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는 포수들도 마찬가지”라고 했고, 양 위원은 “어떤 제재를 투수에게만 하는 것도 불합리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사건은 지난달 29일 일어났다. 한화와 SSG의 인천 경기 도중 포수 최재훈이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배트에 왼손을 맞고 쓰러졌다.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곧바로 교체됐다. 에레디아 자신도 옆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최재훈은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한 결과 손등 미세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엔트리에서 빠지지는 않았지만, 게임에 출장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이글스는 4연패를 당했고, 최원호 감독은 3일 경기부터 최재훈을 다시 출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재발의 위험성이다. 에레디아는 이미 4월에도 한 차례 전력이 있다. NC전에서 오버 스윙으로 박세혁의 뒷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그라운드로 구급차가 들어왔고,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출혈을 동반한 열상 때문에 머리 부위를 2~3㎝가량을 꿰매야 했고, 엔트리에서 제외돼 10일간 출장할 수 없었다. 복귀한 뒤에도 실전 감각과 타격 페이스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에레디아는 이후 한동안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타석 위치도 투수 쪽으로 약간 이동했고, 스윙 폭도 줄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또다시 사고를 일으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재훈이 다친 다음 날(7월 30일) 타석에서 헬멧에 사구를 맞기도 했다. 장시환은 헤드샷 퇴장을 당했고, 고의성 여부를 놓고 커뮤니티 게시판이 뜨거워졌다.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이 부글거린다. ‘언제 또 누가 다칠지 모른다. 저런 스윙을 그냥 놔두면 안 된다.’ ‘미안한 표정을 짓지만, 정작 고치지는 않는다. 그게 더 문제다.’ ‘성적을 보면 내년 재계약이 유력하다. 그럼 저런 위험한 타자를 계속 봐야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런 플레이는 제재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퇴장, 벌금, 출장정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누적 횟수에 따라서 징계의 수위를 점차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야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네티즌은 LG 박동원의 예를 들었다. 그도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여론의 지탄을 받고, 사과와 함께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올 시즌 들어서는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즉, 본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옹호하는 측은 고의성에 주목한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며, 불의의 사고라는 말이다. 미안해하는 모습에서도 그게 드러난다는 얘기다. 또 규정에 어긋나는 타격은 아니다. 만약 불안하면 포수가 조금 물러나면 괜찮을 것이라는 제언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포수가 떨어져 앉으면 투수에게 영향을 준다. 문제 있는 행동이면, 원인 제공자가 시정하는 게 옳다. ‘피해자’가 손해를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런 반론이다.
오버 스윙으로 인한 사고는 특정한 타자가 반복하는 경향이 강하다. 타격 폼이나 위치, 스윙의 궤적에 따라 하는 사람이 계속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박동원이나 에레디아의 사례가 이를 실증한다.
이건 규정을 따질 일이 아니다. 타석 안에서 이뤄졌고, 규격에 맞는 배트를 사용했다. 고의성 여부도 확실치 않다. 그래서 제재할 근거가 없다. 그런 변론은 타당하지 않다. 규칙은 최소한의 규범일 뿐이다. 안전을 우선하는 규정은 있을 수 없다.
룰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은 리그 사무국이다. 총회, 이사회, 규칙위원회, 감독자 회의가 논의해야 한다. 개선책을 제시하든지, 제재안을 마련하든지. 수긍할 수 있고, 체계화된 원칙을 세워야 한다. 팬들의 논란에, 야구인들의 지적에 대답해야 한다.
거듭된 일에 뒷짐만 지는 것은 태만이다. 당사자의 반성만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복성 빈볼을 해결책으로 기대하는 건 최악이다. KBO가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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