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포항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류지혁(삼성 내야수)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지난달 5일 김태군(KIA 포수)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의 새 식구가 된 그는 타격감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류지혁은 1일 KIA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해결사 본능을 뽐냈지만 아쉬움 투성이다.
그는 “(타격 밸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타격 파트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면서 “야구는 은퇴할 때까지 배우는 거라고 들었다. 구단에서 제게 바라는 부분이 있을 텐데 기대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으니 많이 답답하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류지혁은 또 “타격감이 하락하는 시점에 이곳에 오게 됐는데 더 떨어진 것 같다. 잘 맞은 타구가 아웃되면서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적 후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결과는 안 나오니까 더 답답하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안 나오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들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해주시는데 솔직히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쉽지 않다”고 밝힌 류지혁은 “제가 좋은 흐름을 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리 만큼 득점 찬스가 많이 오는데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형들이 밥상을 차려줬는데 떠먹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류지혁은 KIA를 상대로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운한 감정이 있는 건 결코 아니다. KIA 팬들을 위한 예의라고 여겼다.
그는 “KIA를 상대로 꼭 이기고 싶다.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렇다고 (KIA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새 팀에서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려야 KIA 팬들도 좋아하실 거고 제가 KIA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삼성 팬들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류지혁은 좋은 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이다. 야구계에서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삼성으로 이적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동료들과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다. 특히 김지찬, 김현준, 이재현 등 ‘굴비즈’ 삼총사와 친하다.
“동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편이다. 굴비즈와 함께 뛰면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야구는 물론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류지혁의 말이다.
가족을 두고 홀로 대구에서 지내는 그는 김지찬과 이웃사촌이다. 출퇴근할 때 김지찬의 차를 얻어 탄다. 대신 후배들을 위해 늘 지갑을 활짝 연다. “메뉴는 애들이 정하고 저는 계산만 한다. 속된 말로 호구 형이 되어도 좋다. 어색한 사이보다 낫다”는 게 류지혁의 생각.
마냥 밥만 잘 사주는 게 아니다 후배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진심 가득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류지혁은 “어느 팀에서 뛰든 변하지 않는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가을 야구는 물론 우승까지 하고 싶다. KIA 시절에 그랬듯이 삼성에서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후배들도 가을 야구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테고 더 나아가 우승을 열망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류지혁은 삼성은 순위표 맨 아래 머물러 있지만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고 여겼다. “잘할 거 같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현 소속 구단이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많다. 후배들도 1년 1년 하다 보면 배우는 게 있을 테고 가을 무대를 밟아보면 더 성장할 거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미래도 밝고 되게 좋게 생각한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오재일 대신 1루를 지키는 류지혁은 “어느 포지션이든 다 똑같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팀이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 방향대로 가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
이날 류지혁은 4-6으로 뒤진 9회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만큼 그야말로 굴러온 복덩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