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윤대경(29)은 지난 2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어깨 통증에서 회복돼 6월 중순 1군에 복귀했지만 시즌 초반 좋았던 투구 밸런스를 찾지 못하면서 애를 먹었다. 재정비 차원에서의 2군행이었지만 그 전날 경기에서 나온 사구와 맞물려 달갑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일 두산전에서 윤대경은 1-7로 스코어가 벌어진 8회 2사 2루 상황에 구원등판했다. 첫 타자 정수빈에게 좌익수 키 넘어가는 1타점 3루타를 맞은 뒤 다음 타자 허경민(33)에게 던진 공 하나가 논란이 됐다. 초구 140km 직구가 허경민의 등 뒤로 깊게 향하는 사구가 된 것이다.
그 순간 허경민이 발끈했다. 방망이를 내려놓고 마운드 쪽으로 향하며 윤대경에게 소리를 쳤다. 빈볼로 의심한 것이다. 윤대경이 모자를 벗고 손을 들어 고의가 아니라고 제스처를 취했지만 허경민은 쉽게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고, 벤치 클리어링으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나왔다.
두산에서 뛰었던 한화 포수 최재훈과 절친한 동갑내기 장민재 그리고 한화 주장 정우람이 허경민을 진정시키면서 큰 충돌 없이 벤치 클리어링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다.
평소 그라운드에서 감정 표현이 크지 않고 묵묵하게 성실한 선수로 정평이 난 허경민이라서 화제가 됐다. 다른 선수도 아닌 허경민이었기에 빈볼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두산이 8회 6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승부가 기울어진 후에 나온 사구라 정황상으로도 의심을 할 만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빈볼은 아니었다. 윤대경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허경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며 오해를 풀었다. 윤대경은 “일부러 맞힌 게 아니다. 요즘 밸런스가 계속 안 좋아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닝을 빨리 끝내고 싶었는데 공이 타자한테 날아가 저도 많이 당황했다”고 밝혔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대경이가 제구가 괜찮은 투수이기 때문에 상대팀에서 충분히 (빈볼을)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경이가 어제 맞힌 것뿐만 아니라 최근 전체적으로 계속 제구가 좋지 않았다. 일부러 맞힐 상황도 아니었다. 본인도 공을 던지고 나서 놀라는 제스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왼쪽 어깨가 아니라 오른쪽 어깨를 맞았기 때문에 허경민 입장에선 충분히 화를 낼 수 있는 공이었다. 가슴 위쪽으로 오면 타자는 굉장히 위험하다. 그쪽으로 맞으면 후유증도 오래 간다. 그런 부분에서 방어를 하려다 보니 순간적으로 흥분한 것 같다”며 “경기 중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상대가 고의로 던진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윤대경은 당분간 퓨처스리그에서 재조정 과정을 거친다. 최원호 감독은 “어깨 재활을 하고 나서 올라온 뒤 공이 계속 안 좋았다. 어떻게 보면 꾸역꾸역 던지면서 운이 조금 따랐는데 이제는 구위를 회복하고 제구도 다듬으며 정비해야 할 것 같아 2군에 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