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타율 1할8푼5리에 1홈런을 기록 중인 타자가 리그 최강의 에이스를 상대로 일격을 가했다. 롯데 정보근이 리그 최고의 투수인 에릭 페디를 격침시키는 결승포를 쏘아 올리며 웃었다.
정보근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9번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모두를 충격과 공포 속으로 빠뜨리는 홈런포를 터뜨렸다.
정보근은 2-3으로 뒤진 4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페디의 주무기인 130km 스위퍼(홈런분석표 상에서는 커브)를 노려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올 시즌 페디는 이날 경기 전까지 17경기 14승2패 평균자책점 1.74의 초특급 성적을 남기고 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로 리그를 평정하고 있었던 투수. 올해 6피홈런을 기록 중이었는데 정보근이 페디에게 7번째 피홈런을 안겼다.
정보근의 통산 2호 홈런. 데뷔 첫 홈런은 지난해 7월29일 대구 삼성전이었다. 약 1년여 만에 터진 통산 2호 홈런이었다. 정보근은 치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한 듯 쳐다봤다. 페디는 정보근의 타구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주저 앉았다. 그리고 홈런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고개를 떨구면서 자책했다.
결국 정보근의 홈런은 결승포가 됐고 이후 기세를 몰아서 4회와 6회 구드럼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6-3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정보근은 "페디의 주구종을 첫 타석부터 노리고 있었는데 첫 타석에서는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결과가 안 좋았다. 두 번재 타석도 같은 생각을 갖고 들어갔는데 치기 좋은 실투가 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웃었다.
물론 실투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보근이 치기에 적당한 높이와 스피드, 궤적의 공이었다. 그는 "제가 그리던 코스에 공이 와서 배트에 딱 잘 맞았던 것 같다"라면서 "일부러 발사각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병살타를 안 치고 외야로 보내려고 한 것이 잘 맞았다"라고 웃었다. 정보근의 홈런 타구 속도는 162.4km에 발사각은 27.4도. 홈런이 되기에 이상적인 타구속도와 발사각이었다.
아울러 선발 반즈는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 불펜진은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홈런도 홈런이지만 투수들이 점수를 최소화하고 점수를 안 준게 좋았다"라고 했다.
어느덧 정보근의 시즌 타격 성적은 타율 3할2푼3리(31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OPS .901이 됐다. 표본은 적지만 어쨌든 공격력에서 만개했다. 인정받던 수비력에 공격까지 일취월장했다. 그는 "멘탈에서 전보다 쫓기지 않고 내가 잘 치는 공을 치고 못 치는 공은 쫓아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결과가 잘 나오다 보니까 자신감이 붙었다"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현재 주전 포수 유강남이 빠진 상황에서 손성빈과 포수 마스크를 양분하고 있다. 그는 "공백을 채우는 게 부담이 적지 않지만 그 부담감을 이겨내는 게 제 몫이다"라면서 "2군에 내려갔을 때 이를 더 악물고 준비를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