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가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삼성은 2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7-6으로 이겼다. 4-6으로 뒤진 9회 만루 찬스에서 류지혁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구자욱이 볼넷을 골라 또다시 1사 만루 기회를 잡은 삼성. 호세 피렐라가 1루수 인필드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했다.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강민호가 중전 안타로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강민호는 경기 후 “피렐라가 해결해주길 바랐는데 아쉽다. 득점 찬스에서 타점을 올리기 위해 집중했고 장타보다 안타 하나로 끝낼 수 있으니 배트 중심에 가볍게 맞추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 압박감은 없었을까. 강민호는 “타자 입장에서 1사보다 2사 상황이 부담이 덜하다”고 대답했다.
강민호는 이날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체력 안배를 위한 박진만 감독의 배려였다. 그는 “감독님께서 이틀 전부터 (최)채흥이가 선발 등판할 때 쉬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오늘 잘 쉬었으니 내일 선발로 나가 열심히 하겠다. 잔부상은 있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부분”이라고 개의치 않았다.
찜통 더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묻자 “최대한 잘 자고 잘 먹으려고 한다. 가장 시원한 고척에서 경기하다가 가장 더운 포항에 왔는데 내일 한 경기 남았으니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삼성 선수들은 안타를 때린 뒤 이른바 으쌰으쌰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이병규 수석 코치의 현역 시절 세리머니이기도 하다. 강민호는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고민하다가 수석 코치님의 적토마 시절 으쌰으쌰 세리머니를 하게 됐다. 코치님의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세리머니를 하니까 코치님께서 가장 좋아하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1일 6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던 삼성.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했으나 강민호가 끝내기 안타를 날려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강민호는 “솔직히 잘 쫓아가고 있었는데 9회 1점을 내주고 오늘 쉽지 않겠다 싶었다. 후반기 들어 힘이 붙었다고 느끼는 게 지고 있다가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후반기 들어 달라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진만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서 역전승을 만들어낸 선수단 모두를 칭찬하고 싶다. 특히나 9회 만루의 압박을 이겨낸 류지혁 선수와 포항의 아들 강민호 선수 덕분에 좋은 팀 분위기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감독으로 포항 첫승을 올리게 되어 기분 좋고 어제 역전패로 실망하셨을 포항시민들께서 오늘만큼은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즐기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