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이지만 저보다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곽빈(24)에게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경기였다. 이날 곽빈은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10탈삼진 1실점 호투로 두산의 8-3 승리를 견인했다.
1회 김인환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으로 2회 만루 위기를 넘긴 뒤에는 이렇다 할 위기도 없는 깔끔한 피칭이었다. 최고 154km, 평균 150km 직구(45개) 중심으로 주무기 커브(21개)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19개), 체인지업(14개)까지 결정구로 고르게 쓰며 한화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두산의 5연패를 끊어낸 투구였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었다. 경기 후 곽빈은 “팀의 연패가 저부터 시작됐다. 11연승이 끊기고 연패가 이어지면서 부담이 심하긴 했지만 후반기 목표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며 “날이 많이 덥기도 하고, 볼넷을 주는 것보다 차라리 맞는 게 나을 것 같아 가운데만 보고 빨리빨리 승부했다. 그렇게 한 것이 투구수나 효율에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승을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9승을 거둔 것도 의미 있었다. 고영표(KT)와 함께 국내 투수 중 최다승 공동 1위. 데뷔 첫 10승에도 1승만 남겨둔 곽빈이지만 그는 승수에 대한 질문에 상대 선발투수 문동주(20·한화)의 이름을 꺼냈다.
“제 생각에 KBO 넘버투 우완 투수는 문동주다(넘버원은 키움 안우진). 친분은 별로 없지만 같은 에이전시다. 후반기 시작할 때부터 선발 로테이션 순서가 맞길래 (맞대결을) 생각했다”며 “후배이지만 저보다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 이기든 지든 배울 건 배우자는 마인드로 던져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날 문동주는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최고 158km, 평균 152km 직구(48개)에 슬라이더(21개), 커브(17개), 체인지업(3개)을 구사했다. 시즌 성적은 18경기(93이닝) 6승7패 평균자책점 3.48 탈삼진 82개 WHIP 1.25.
후배 문동주를 존중하며 한껏 치켜세운 곽빈이지만 올 시즌 성적만 보면 그가 더 좋다. 14경기(77이닝) 9승3패 평균자책점 2.34 탈삼진 64개 WHIP 1.08. 지난 5~6월 허리 통증으로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바람에 규정이닝까지 아직 10이닝 모자라지만 70이닝 이상 던진 투수 33명 중 평균자책점 4위에 빛난다. 국내 투수로는 안우진(2.31) 다음이니 ‘토종 넘버투’라고 할 만하다.
타팀 감독들도 곽빈의 성장세를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오는 9월말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도 박세웅(롯데)과 함께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발 카드로 곽빈이 꼽히고 있다. 문동주도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투구 안정성 면에서 곽빈에 대한 현장 평가가 더 높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제대회도 경험했다.
곽빈은 “다른 감독님들이 그렇게 평가해주실 줄 몰랐다. 정말 감사드리지만 아직 그러한 시선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대회가 다가오지만 지금은 신경 쓰지 않고 두산 베어스 투수로서만 집중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에 합류하면 그때부터 오로지 우승만 보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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