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의 공백은 류현진을 커브 마스터로 만들었다. 체인지업 역시 갈수록 감각을 찾아갔다. 그러나 고무적인 복귀전이었지만 강한 타구들을 많이 허용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었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해 6월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마지막으로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이후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됐다. 정확히 14개월 만, 426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1,2회 난조를 보였지만 최소 실점으로 틀어막았고 퀄리티스타트를 눈앞에 두고 강판됐다.
이날 포심 33개, 체인지업 22개, 커브 20개, 커터 5개를 던졌다. 최고 구속은 91마일(146.4km), 평균 구속은 89마일(143.2km)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 과정에서 약 13kg을 감량하면서 복귀에 의지를 다졌다. 7월 5일 루키리그 등판부터 시작해서 싱글A 트리플A 2경기까지, 총 4차례의 재활 등판을 거치면서 18이닝 13피안타 3피홈런 4볼넷 16탈삼진의 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 복귀 일정이 잡혔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볼티모어는 1회부터 컨셉을 확실하게 잡았다. 애들리 러치맨(포수) 라이언 마운트캐슬(1루수) 앤서니 산탄데르(우익수) 오스틴 헤이스(좌익수) 거너 헨더슨(지명타자) 조던 웨스트버그(2루수) 라이언 유리아스(3루수) 라이언 맥케나(중견수) 호르헤 마테오(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헨더슨을 제외하면 모두 우타자였다. 리드오프 러치맨은 스위치히터.
1회와 2회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볼티모어 타선이 류현진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간파했고 또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 패턴을 파고 들었다. 대부분 3구 이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들을 놓치지 않고 공략해 나갔다. 1회 선두타자 러치맨에게 초구를 던지다 우중간 2루타, 마운트캐슬에게도 3구 째 84.7마일 커터에 좌중간 적시 2루타를 헌납했다. 산탄데르에게도 초구 체인지업이 좌전안타로 연결됐다. 헤이스를 2루수 뜬공, 헨더슨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하는 과정에서도 모두 3구 이내에 승부가 났다. 1회에 장타 2개 포함해 3피안타를 헌납했다.
2회에도 선두타자 라몬 유리아스에게 초구 77.9마일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2루타를 맞았다. 이후 2개의 공으로 2아웃을 만들어냈다. 이후 러치맨과는 7구 승부를 펼쳤고 바깥쪽 커브를 잘 떨어뜨렸지만 적시타로 연결됐다.
볼티모어의 적극적인 공략에 류현진은 방향을 수정했다. 커터를 봉인했고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커브 비중을 늘렸고 카운트를 잡아갔다. 20개의 커브 중 5개의 헛스윙, 4개의 루킹 스트라이크. 2개의 파울을 유도했다. 커브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22개를 던진 체인지업의 감각도 점점 찾아갔고 위력도 동반 상승했다.
점점 안정을 찾아갔고 3~5회, 3이닝 연속 실점하지 않았다. 6회 퀄리티스타트를 눈앞에 두고 선두타자 거너 헨더슨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면서 퀄리티스타트는 무산됐다. 하지만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날 류현진은 구속도 우려와 달리 점점 끌어올렸다. 첫 등판이었던 만큼 91마일의 최고 구속은 향후 더 오를 여지가 있다. 지난달 22일 트리플A 마지막 재활 등판 당시 최고 90.8마일(146.1km)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서는 류현진이 허용한 타구들의 속도에 주목했다. 이날 류현진은 10개의 타구속도 95마일(152.8km) 이상의 하드히트를 허용했다. 최고 타구 속도는 110.3마일(177.5km)에 달했다. 1,2회 대부분의 타구가 하드히트였다.
MLB.com의 토론토 담당 기자 키건 매티슨은 이날 류현진의 복귀전에 대해 ‘류현진의 하루는 토미 존 수술에서 복귀했다는 것만으로 마무리 됐다’라면서 ‘류현진은 강한 타구를 많이 허용했다. 그를 다시 보게 돼서 고무적이지만 향후 몇 번의 등판은 매우 등판은 속도 부분에서 매우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구속, 그리고 타구속도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인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