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밖에 없습니다.”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두산 선수단에 캔 커피 60잔이 배달됐다. 주문자는 이승엽(47) 두산 감독.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직원들 모두 훈련에 앞서 이 감독이 쏜 시원한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혔다.
이 감독이 양팔로 하트를 그린 사진과 함께 ‘쉼없이 달려온 팀 두산 베어스, 그 저력을 믿습니다’라는 응원 문구가 새겨졌다. “사진이 왜 이렇게…”라며 쑥스러워한 이 감독은 “기분 전환 차원으로 하나씩 먹고 힘내자는 의미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밖에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 전까지 5연패 늪에 빠져 있었다. 7월 첫 11경기를 모두 잡으며 구단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운 뒤 찾아온 5연패. 앞서 4연패가 두 번 있었지만 5연패는 올해 이 감독 체제에서 처음이었다. 지난 주말 잠실 LG전에서 스윕을 당한 게 뼈아팠다.
그런 상황에서 이 감독은 선수단에 커피를 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연패 탈출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크게 압박을 받지도 않았다. 이 감독은 “연승이 깨지고 나서 (후유증을) 걱정하긴 했다. 1승이 필요한데 5연패했다”면서도 “억지로 되는 것은 없다. 안 될 때는 뭘 해도 안되기 때문에 연패에 대한 부담보다 편하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기 중 무리수를 두거나 선수들을 압박하지 않은 이 감독은 “장기 레이스를 하다 보면 5연패도, 10연패도 할 수 있다. 선수들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히 다 있다. 그럴수록 오버 페이스하지 않아야 한다. 선수 개개인이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것보다 연결해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직전 경기였던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 0-10으로 크게 스코어가 벌어진 뒤 8회 교체로 불러들인 주장 허경민, 정수빈과도 잠깐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7월은 끝났으니 내일 모레(8월)부터 다시 힘내자. 너희들이 중심이니 선후배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당부를 따로 했다.
11연승 이후 5연패.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였지만 이 감독은 “(5연패로 마쳤지만) 7월에 11승5패를 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괜찮다. 7월은 지나갔고, 이제부터 승부다. 58경기 남았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