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외국인 타자 악몽이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부진 끝에 방출된 브라이언 오그레디에 이어 대체 선수로 들어온 닉 윌리엄스(30)까지 1할대 저조한 타율로 깊은 부진에 빠졌다.
윌리엄스는 지난 1일 대전 두산전에서 3타석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 선발 곽빈을 맞아 1회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4회에는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곽빈의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의 배트가 따라나왔지만 허공을 갈랐다.
7회에도 곽빈의 5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브에 헛스윙 삼진. 결국 9회 무사 만루에서 대타 권광민으로 교체돼 경기에 빠졌다. 1-8로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이긴 했지만 외국인 타자가 만루 찬스에서 교체되는 건 굴욕적인 일이다.
오그레디 7연타석 삼진, 윌리엄스도 6연타석 삼진
윌리엄스는 지난달 30일 문학 SSG전 4회 두 번째 타석부터 최근 6연타석 삼진을 기록 중이다. 전임자 오그레디도 지난 4월16일 수원 KT전 6회 3번째 타석부터 4월19일 대전 두산전 2회 첫 타석까지 7연타석 삼진을 당한 바 있는데 윌리엄스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지난 6월27일 대전 KT전에서 데뷔한 윌리엄스는 3번째 경기였던 6월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하며 빠르게 적응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빠른 공에 약점이 드러나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초반에 그런대로 잘 맞히던 변화구에도 타이밍을 못 맞추며 삼진 머신으로 전락했다.
1일까지 시즌 19경기 타율 1할8푼2리(77타수 14안타) 2홈런 8타점 출루율 .203 장타율 .312 OPS .515. 볼넷 1개를 얻는 동안 삼진만 28개나 된다. 오그레디(46.5%)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삼진율이 35.4%에 달한다. 헛스윙 비율도 15.0%로 7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148명 중 9번째로 높다. 외국인 타자 중에선 오그레디(19.9%) 다음이다.
머리 아픈 최원호 감독 “안 좋은데 계속 선발로 쓸 순 없다”
4번으로 시작했던 윌리엄스의 타순은 2번을 거쳐 7번으로 내려가더니 8번까지 떨어졌다. 윌리엄스 활용법을 두고 최원호 한화 감독의 머리도 아프다. 최원호 감독은 “외국인 타자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면 야수 출신 코치들의 의견이 제각각이다. 시즌 중간에 온 선수는 스트라이크존 같은 환경이나 투수들에 대한 생소함을 감안해서 길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적응을 기다리는)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개 100타석은 지켜봐야 ‘견적’이 나온다고 한다. 79타석에 들어선 윌리엄스에게 기다림의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최 감독은 “타격 파트랑 논의하고 있는데 컨디션을 보고 계속 안 좋으면 선택적으로 스타팅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했다. 안 좋은데 계속 (선발로) 넣는 것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싶다. 타격 컨디션과 상대 투수 유형을 보고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붙박이 주전 자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 외국인 타자를 플래툰으로 쓰는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9회 만루에서 윌리엄스를 대타로 교체하며 확실한 메시지를 줬다. 2일 두산 선발투수가 사이드암 최원준이라 윌리엄스가 팀 합류 후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윌리엄스는 사이드암 투수 상대 10타수 무안타 무볼넷 6삼진으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