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블루 아워에 사라진 타구처럼, 롯데의 올 시즌도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일까.
롯데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연장 11회에 내리 3실점 하면서 경기를 내줬다.
전형적으로 롯데 입장에서 풀리지 않았던 경기였다. 일단 롯데는 선취점을 뽑았다. 3회말 무사 1,3루에서 손성빈의 우전 적시타로 앞서간 뒤 이어진 2사 2,3루에서 정훈의 2타점 2루타로 3-0의 리드를 잡았다.
그런데 4회초가 문제였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애런 윌커슨은 공격적인 피칭으로 NC의 만만치 않은 타선을 쉽게 돌려세우고 있었다. 타선의 득점 지원까지 등에 업었다.
하지만 4회초 1사 후 문제의 상황이 발생했다. 해질녘이었고 야수들이 수비 때 전형적으로 타구가 사라지는 ‘블루아워(해질녘 빛이 남은 시간)’의 시간대였다. 공과 하늘 색을 분간할 수 없는 ‘개와 늑대의 시간’과도 같았다.
1사 후 박건우의 타구가 우익수 방면으로 높게 떴다. 평소였으면 쉽게 잡히는 타구였다. 하지만 푸르스름한 하늘에 타구가 숨었다. 공이 뜨자마자 우익수 안권수는 타구를 잃어버렸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서서히 전진했고 공을 찾지 못했다. 결국 타구가 다 떨어질 때서야 낙구지점이 뒤쪽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박건우는 그 사이 2루까지 전력질주했다. 안권수가 낙구지점을 찾았다면 제자리에서 잡히는 타구였다.
그러나 이 타구가 롯데의 이날 경기 분수령이었다. 잘 던지던 윌커슨은 흔들렸고 NC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후 타구들도 빗맞은 타구들이 묘하게 외야로 향했다. 정타는 거의 없었다. 이후 제이슨 마틴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3루 위기가 증폭됐고 권희동 서호철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했다. 3-2로 추격을 당했다.
평범하게 끝날 수 있었던 이닝이 2실점을 하면서 끝났다. 그리고 5회 박건우에게 다시 적시 2루타를 얻어 맞으면서 3-3 동점이 됐다. 윌커슨은 6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선보였지만 ‘그 타구’ 하나 때문에 아쉬움이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인 기류가 롯데에 불리하게 흘러갔다. 롯데 타선은 3회 송명기를 공략한 뒤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NC의 흐름을 억제하지 못했다. 9회까지 정규이닝 불펜 싸움에서는 겨우겨우 NC 타선을 억제했다. 이 과정에서 7회 필승조 구승민은 손아섭의 타구에 무릎을 맞고 조기 당판되는 불운도 이었다. 마무리 김원중도 2이닝을 던져야 했다.
결국 연장 11회, 올라온 진승현이 이날 불타올랐던 박건우를 비롯한 NC 타선을 막아내지 못하며 3실점 했다.
7월 5승12패 승률 2할9푼4리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롯데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고 7위까지 추락했다. 그리고 8월 첫 경기에서도 반등하지 못하고 4연패를 당했다. 8월의 어두운 미래도 이날 경기가 암시하는 것일까. 그리고 롯데의 기세와 미래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고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