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를 던지면 충분히 가능하다",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 3개를 던지면 믿고 쓴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의미는 모두 똑같다. 그리고 이렇게 표현한 대상도 똑같았다. 전자의 표현은 2022년 스프링캠프 당시 코칭스태프가, 그리고 후자의 표현은 2023년 스프링캠프 당시 배영수 코치(현 퓨처스 총괄)이 했던 말이다. 그만큼 김진우기 갖고 있는 구위 자체의 위력은 뛰어났고 이 구위를 바탕으로 잠재력을 만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숙제이었다.
그러나 이 간단할 수 있는(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숙제를 김진욱은 2021년 데뷔한 이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초까지만 하더라도 김진욱은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듯 했다. 보직 이동 없이 불펜 투수로서 시즌을 시작했다. 출발은 더할나위 없었다. 모두의 기대를 이제는 충족시키는 듯 했다.
4월 한 달 동안 10경기 11⅔이닝 2피안타 8볼넷 12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의 완벽투를 펼쳤다. 롱릴리프, 필승조 자리에서 모두 뛰어났다. 볼넷이 많았지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었고 일단 타자와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이제 김진욱은 성장했고 1군에서 비로소 자리를 잡는 듯 했다. 5월 들어서 시즌 12번째 등판에서야 시즌 첫 실점을 기록했고 5월 한 달 간 10⅔이닝 4자책점,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괜찮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61로 충분히 눈부신 성적이었다.
그러나 등판이 잦아지고 6월에 접어들자 김진욱은 흔들렸다. 6월 첫 4경기에서 모두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는 0이닝 강판의 수모를 겪었다. 평균자책점도 수직 상승했다. 이후 재조정의 시간을 거치고 돌아와서 안정기를 갖는 듯 했지만 이전보다 불안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이닝을 소화하는 단위가 점점 줄어들었다. 누상에 주자를 깔아두고 강판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이라고 하지만 투구 내용 자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8월 평균자책점은 9.82(7⅓이닝 8자책점) 7볼넷 5탈삼진의 기록에 그쳤다. 결국 8월 시작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진욱과 롯데 모두를 위한 결단이었다.
서튼 감독은 1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김진욱은 최근 제구가 흔들렸다. 그래서 시간을 좀 더 주려고 한다. 이 시간 동안 자신의 페이스를 잘 찾았으면 좋겠다. 분명 올해 시즌 초반에는 발전했고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카운트 싸움도 유리하게 끌고가고 공격적으로 공략했다. 자신이 가진 3가지 구종 모두가 제구가 됐다. 그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이어 "시즌 초반 김진욱이 잘 던질 때를 보면 자신의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넣었다 빼는 게 자유자재였다. 완벽한 제구를 원하는 것까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할 때, 필요한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게 필요하다"라면서 "지금 김진욱의 멘탈은 좋아보인다. 단지 제구가 안 따라준다. 마운드 위에서 자기가 싸우려고 노력하지만 제구가 안돼서 안 좋게 보이는 것이다. 장차 선발로 충분히 재능이 있는 선수지만 그 전에 꾸준한 경기력을 갖고 가는 게 우선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1년 신인지명 당시, 초고교급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김진욱은 1군에서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입단 동기이자 친구, 그리고 같은 특급 좌완 유망주였던 이의리(KIA)는 어엿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이 됐고 지난해(10승)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향해 가고 있다(올해 8승).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함께 대표팀에 승선하기도 했지만 이의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그리고 강릉고 고교 후배인 최지민(KIA) 역시 지난해 질롱코리아 파견 이후 올해 급성장해서 팀의 필승조로 거듭났다. 40경기 3승3패 3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역시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진욱을 향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대한 감정이 모두 묻어나는 현실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