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극적인 마법은 없을 것 같다. 시즌 초반 최하위를 전전하던 KT 위즈가 부상자 합류와 외국인투수 교체에 힘입어 3강의 면모를 되찾았다. 승패마진 –14에서 +1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개월이었다.
KT는 지난 7월 30일 창원 NC전에서 5-2로 승리하며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파죽의 3연승과 함께 시즌 44승 2무 43패(승률 .506)를 기록하며 6위 KIA를 1.5경기 차로 따돌리고, 4위 NC와의 승차를 지웠다. 3위 두산과의 승차 또한 불과 1경기인 3위다.
2021년 통합우승을 비롯해 최근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KT는 2023시즌에 앞서 LG, SSG와 함께 우승을 다툴 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부상자 속출에 모든 플랜이 꼬여버리며 순위가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필승조 김민수, 주권을 시작으로 배정대, 소형준, 엄상백, 황재균, 박병호, 조용호 등 핵심 선수들이 한 차례씩 부상 이탈하며 정상 전력 가동이 불가했다.
부상자가 하나둘씩 복귀했지만 반등은 요원했다. KT 야구의 근간인 선발야구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며 하위권을 전전했다. 시즌 초반 소형준, 엄상백의 부상 이탈에 이어 복귀한 소형준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는 악재를 만났고, 중심을 잡아줘야 할 웨스 벤자민-보 슐서 원투펀치가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전반기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사실상 고영표 1명이었다.
KT는 지난 6월 2일 수원 두산전 패배로 4연패에 빠지며 5할 승패 마진이 –14(16승 2무 30패)까지 벌어졌다. 이후 3일 수원 두산전부터 6연승에 성공하며 반등쇼의 서막을 열었고, 6월 15승 8패(전체 1위)에 이어 7월에도 13승 6패(3위)로 선전하며 마침내 5할 승률 그 이상을 달성했다. 순위는 꼴찌에서 5위가 됐고, 시즌 전 평가에 걸맞게 3강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이 모든 게 불과 두 달 만에 이뤄진 일이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선발야구의 안정화다. 보 슐서를 과감히 ‘우승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로 바꾼 뒤부터 선발진 내 시너지 마법이 일어났다. 전반기 한때 이강철 감독에게 미운 털이 박혔던 웨스 벤자민까지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으며 고영표, 쿠에바스, 엄상백, 배제성, 벤자민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이 구축됐다. KT의 최근 두 달 동안 팀 평균자책점(3.84)과 선발승(17승)은 모두 리그 1위다.
타선도 6월 이후 팀 타율 1위(2할8푼3리)를 질주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 또한 리그 최강이라 꼽히는 LG(3할1푼8리)에 이어 2위(2할8푼7리)에 올라 있다. 오윤석(타율 4할1푼)을 비롯해 이호연(3할5푼5리), 황재균(3할2푼7리), 김민혁(3할1푼3리), 김상수(3할2리) 등이 최근 두 달 동안 공격을 이끈 결과다. 박병호 또한 부진을 털고 6월부터 홈런 5방을 쏘아 올렸다.
약점을 지운 트레이드도 여름 대약진에 한 몫을 했다. 그 동안 포스트 박경수 찾기에 애를 먹은 KT는 5월 19일 트레이드를 통해 이호연을 데려오며 2루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호연이 이적 후 38경기 타율 3할5리 3홈런 13타점 OPS .731로 날개를 펴자 주춤했던 오윤석이 7월 한 달 동안 타율 5할을 치며 살아났다. KT 관계자는 “올 시즌 우리 팀 약점이 2루였는데 최근 두 달 동안 2루수를 맡는 선수들마다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라고 흡족해했다.
결국 KT의 전반기 부진은 부상자 속출 때문이었다는 게 입증됐다. 사실상 완전체를 구축한 뒤로 무섭게 반등,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5강 진입을 이뤄냈다. KT의 마법으로 KBO리그 후반기 상위권 싸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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