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어깨를 부딪치며 큰 부상을 당한 가운데서도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선은 홈플레이트에 가 있었다. 미처 터치하지 못한 홈에 손을 대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기어가는 부상 투혼을 선보였다.
김하성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3연전 3차전에 1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1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한 뒤 부상 교체됐다.
부상은 두 번째 타석에서 발생했다. 김하성은 0-0으로 맞선 3회 선두로 등장해 유격수 내야안타를 치며 멀티 출루를 달성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텍사스 선발 코디 브래드포드의 7구째 91.2마일(146km) 높은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6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후안 소토의 볼넷과 매니 마차도의 우전안타로 2루를 거쳐 3루를 밟았다. 이어 잰더 보가츠의 중견수 뜬공 때 빠른 발을 이용해 홈에 도달하며 선취 득점을 책임졌지만 홈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포수 샘 허프와 충돌, 우측 어깨가 땅에 부딪쳤다. 김하성은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우측 어깨를 왼손으로 부여잡은 채 경기장을 떠났다. 김하성은 1-0으로 앞선 4회초 수비 시작과 함께 매튜 배튼과 교체됐다.
현지 언론이 주목한 장면은 부상 직후의 상황이었다. 김하성은 포수 허프가 홈을 막고 있어 슬라이딩 과정에서 미처 홈을 터치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중견수 레오디 타바레스의 홈 송구가 포수 뒤로 빠졌고, 김하성은 어깨를 부여잡은 상태서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홈으로 기어가 오른손으로 홈 플레이트를 터치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 언론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홈 플레이트를 허프가 막고 있는 상황에서 타바레스의 홈 송구와 슬라이딩 쇄도하는 김하성이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했다. 허프의 무릎이 홈 플레이트 앞에 있었기에 김하성이 홈 터치 없이 허프를 지나쳤다”라며 “김하성은 슬라이딩 직후 어깨를 잡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홈 플레이트를 터치하기 위해 뒤로 기어갔다. 그리고 나서야 그라운드 위에서 상당한 고통을 호소했다”라고 김하성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김하성은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의 우측 어깨 상태를 매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김하성을 부상자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김하성 또한 “충돌 당시에는 통증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지고 있다. 내일 상태를 봐야 한다. 팀 닥터로부터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라며 “상태가 괜찮아지면 바로 내일 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3년차를 맞아 파드리스의 리드오프를 맡아 101경기 타율 2할7푼9리 14홈런 39타점 21도루로 활약 중이다. 특히 7월 한 달 동안 타율 2할9푼1리 4홈런 12타점으로 감이 좋은 상태였다.
MLB.com은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오랫동안 떠나보낼 여유가 없다. 김하성은 올해 OPS .821, 21도루와 함께 엘리트 내야 수비를 선보이는 샌디에이고의 가장 중요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라고 김하성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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