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숨통을 틔운 트레이드가 됐다. 하나의 트레이드가 나비효과가 되어 리그 판도를 완전히 뒤흔든 태풍으로 변했다. 숨통을 틔우고 살아난 KT는 이제 4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트레이드로 상대를 살려준 꼴이 된 롯데는 이후 5강에서 탈락했다. 트레이드가 현재 부진의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꽤 큰 영향을 끼쳤다.
롯데와 KT는 지난 5월19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장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야 했던 KT는 롯데에서 내야수 이호연을 데려왔다. 반면 롯데는 재능형 좌완 투수인 심재민을 얻었다.
내야수가 절실했던 KT, 이호연이 구세주이자 복덩이가 될 줄 알았을까
트레이드 카드가 협상 과정에서 바뀌긴 했지만 내야수가 필요했던 KT가 절실하게 움직이면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KT는 최우선으로 원했던 카드는 아니었지만 당장 내야진이 활력을 안길 이호연을 영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롯데는 당장 이호연을 활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고 좌완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었다. 심재민급 재능을 가진 투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이번 트레이드 협상에서 위치를 따지면 롯데가 갑의 입장이었다. 다만 롯데는 갑의 권리를 굳이 행사하지 않았다. ‘대인배’ 성격의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를 발표한 5월19일 시점에서 롯데는 22승12패로 리그 1위에 올라 있었다. 반면 KT는 11승24패2무로 최하위였다. KT는 정말 1군에서 쓸 수 있는 내야수가 없었고 이호연이라도 영입해서 당장 고비를 넘기자는 생각이 강했다. 물론 KT 투수진의 컨디션이 모두 올라오지 않은 이유도 있었기에 꼴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챔피언은 달랐다. 한 번 숨통을 틔우고 살아나자 곧바로 올라섰다. 이호연과 함께 KT는 다시 활력을 찾았다. 트레이드 이튿날인 5월20일부터 선발 출장하기 시작한 이호연은 말그대로 복덩이였다. 이호연도 롯데에서 못 받은 기회의 한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롯데 이적 이후 38경기 타율 3할5리(105타수 32안타) 3홈런 13타점 12득점 OPS .73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파울 타구에 안면을 맞고 코뼈골절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호연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호연이 버텨주면서 박경수 오윤석 장준원 황재균 등 내야진이 모두 돌아왔고 가용자원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 사이 투수진도 필승조 박영현을 중심으로 재정비 하면서 이강철 감독 특유의 짠물 야구가 시작됐다.
결국 이호연의 합류 이후 52경기 33승19패 승률 6할3푼5리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승률 1위다. LG SSG 한화 등 상승세의 팀들과 비교해도 월등한 승률을 기록 중이다. 순위도 꼴찌에서 5위까지 올라섰다. 지난 28~30일 4위 NC와의 3연전을 스윕하면서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5위까지 올라섰다. 3위 두산과의 승차도 1경기에 불과하다. 역대급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간접적인 부메랑 맞고 롯데는 추락, 이호연 트레이드 이후 KT전 6전 6패
반면 롯데는 추락했다. 사실 이호연의 부재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박승욱 이학주 김민수 등 다른 내야수들이 이호연보다 기회의 우선순위에 있었다. 같은 우투좌타 내야수인 박승욱이 특히 이호연보다 공수에서 한 수 위의 역량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호연의 존재 유무는 롯데의 성적에 큰 타격은 아니었다. 반대급부로 데려온 심재민은 어차피 당장 1군에서 활용하는 것보다는 2군에서 좀 더 정비를 한 뒤 1군에서 활용할 복안이었다. 급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호연을 KT에 보내고 KT는 상승세를 탔고 상승세의 흐름 속에서 롯데가 휘청거린 것. 특히 이호연은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 5경기 타율 3할1푼3리(16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이호연을 보내고 치른 KT전 6경기를 모두 내줬다. 6전 전패는 롯데에는 치명적이었다. 반면 KT는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팀 적으로 사이클이 맞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롯데가 전쟁터에서 상대의 살 길을 열어줬다. 롯데는 다른 의미로 부메랑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롯데는 1위인 상태에서 트레이드를 했지만 트레이드 이후 19승33패에 머물렀다. 1위였던 성적은 KT와 순위가 맞바뀌었고 지난 28~30일 광주 KIA 3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7위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심재민은 1군에 올라와서 추격조 역할을 맡고 있지만 15경기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7.00(9이닝 7자책점) 16피안타(1피홈런) 5볼넷 5탈삼진으로 부진하다.
어차피 트레이드의 평가는 추후에 다시 갈릴 수 있다. 이호연이 다시 2군에 머물고 심재민이 1군 필승조로 활약하면 그 때는 또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2023년 현재를 기준으로 이 1.5군급 트레이드 하나가 리그 판도를 뒤바꾼 셈이 됐다. KT는 회심의 미소를, 롯데는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