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벙’이 아닌 ‘3연좌’에 당했고 또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선두 ‘탑데’에서 7위 ‘7데까지 72일 만에 추락했다. 한때 3강에서 선두까지 노리던 롯데 자이언츠는 이제 가을야구 진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경기 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다시 반등할 힘이 되찾을 수 있을까.
롯데는 지난 30일 광주 KIA전에서 3-6으로 패했다. KIA 원정 3연전을 모두 헌납했다. 28일 5-6, 29일 1-4로 패한데 이어 다시 3점차 이내로 패했다. 시리즈 스윕패를 당했고 시즌 41승45패로 7위로 떨어졌다.
이로써 롯데는 5할 승률이 무너지고(7월 22일) 5강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7월 25일) 7위까지 떨어졌다. 추락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롯데는 5월19일 사직 SSG전에서 7-5로 승리를 거두면서 1위로 올라섰다. 이후 하루 만에 3위로 내려앉았지만 한동안 3위를 유지했다. 이후 3위와 4위를 오가다가 치고 올라오는 중위권 팀들의 추격을 이겨내지 못한 채 7위까지 급전직하 했다. 1위를 찍고 72일 만에 7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혹자들은 오래 버텼다고 할 수 있지만 챙겨놓은 승리와 승패마진들을 너무 허무하게 내줬다. 1위를 하고 있을 때 승패마진은 +10, 현재는 -4다.
상대의 표적 등판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패턴이 반복됐고 부상자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6월 이후 완전체 전력을 구축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니코 구드럼과 애런 윌커슨 등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국내 선수들의 이탈은 롯데의 시즌을 점점 힘들게 하는 이유다. 투타에서 힘이 모두 떨어졌지만 반등의 동력을 어디서 찾아야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이제 8위 한화와도 2경기 차이에 불과하다.
좌완, 좌완, 좌완…’3연좌’에 속수무책, 좌완 선발 상대로 4승17패
상대가 대놓고 표적 등판을 예고했다. KIA 타이거즈는 장마 기간에 로테이션이 꼬이면서 아예 순서를 재정비했다. 마리오 산체스의 4일 휴식턴을 고려한 것은 물론 롯데와의 3연전을 앞두서 좌완 투수 3명을 연달아 배치하는 것으로 로테이션을 조정했다. KIA는 꼼수 없이 대놓고 표적 등판을 예고했지만 롯데는 별다른 대응법 만들지 못했다.
올해 롯데전 2경기 10⅔이닝 무실점을 거두고 있었던 천적 이의리를 만난 28일, 올해 처음으로 3득점을 뽑아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의리를 상대로 3점을 뽑았지만 4개의 안타만 기록했고 8개의 삼진을 당했다. 이의리는 퀄리티스타트로 승리를 챙겼다. 롯데전 3전 3승. 29일에도 신인 윤영철에게 6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 밖에 뽑지 못했다. 윤영철은 6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30일에도 투수만 달랐지 상황은 같았다. 토마스 파노니에게 6⅔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혔다. 결국 이미 승기를 뺏긴 채 경기를 치렀고 뒤늦게 추격을 해도 이미 격차는 벌어진 뒤였다.
올해 롯데는 좌완 선발 투수를 만난 21경기에서 4승17패에 그쳤다. 승률은 1할9푼에 불과하다. 일단 좌완 투수를 상대로 올해 팀 타율 2할3푼5리, 팀 OPS .628에 그치고 있다. 생산력이 리그 최하위권이다. 좌완 선발투수로 범위를 좁힐 경우 타율 2할1푼8리 OPS는 .588로 뚝 떨어진다. 만약 좌완 선발을 상대로 10승11패, 현재보다 6승을 더 거뒀을 경우 5할 이상의 승률을 훨씬 상회했을 것이다. 이미 만천하에 약점이 도드라진 만큼 잔여 경기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시즌 후반의 고행길도 예약되어 있다.
80억 금강불괴 포수도 부상자 명단으로, 끊이지 않는 부상의 늪
롯데는 올해 유독 부상 선수들이 잦다. 심지어 금강불괴로 불리면서 부상 한 번 당하지 않기로 소문났고 그 부분 때문에 80억을 투자한 것이나 다름없는 FA 주전 포수 유강남도 옆구리 내복사근 부상으로 지난 2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롯데의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한 시점은 결국 부상자들 때문이다. 4월 한 달 동안 복덩이였던 안권수가 팔꿈치 뼛조각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졌고 수술을 받으며 이탈했다. 외국인 타자 잭 렉스도 무릎 부상으로 퇴출의 운명을 맞았다. 복덩이가 이탈하고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롯데는 타선에 활력을 잃었다. 노진혁과 정훈 등 알토란 같은 베테랑 선수들도 나란히 옆구리 부상을 당해 한 달 넘게 빠졌다가 돌아왔다. 안치홍도 광주 원정 등의 담 증세로 당분간 출장이 불투명하다. 노진혁 정훈 안권수 모두 돌아왔지만 유강남과 안치홍은 당장 미지수다.
투수진에서도 필승조 역할을 해줘야 했던 최준용이 어깨와 등 근육 부상으로 두 달 넘게 이탈하면서 불펜진에 과부하가 생겼다. 그리고 4월 MVP를 수상했고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나균안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나균안은 한 차례 팔꿈치 염증 부상으로 보름 정도 이탈했지만 이번에는 이탈 기간이 더 길 수 있다. 스프링캠프 직전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이인복은 이미 이탈을 감안했고 또 후반기를 앞두고 복귀했다. 하지만 정상 컨디션을 찾고 있지 못하는 상황. 투수진에서도 부상자들로 정상 전력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의 질주 이후 5월 부상자 속출로 추락했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하면서 준비했다. 그러나 올해도 시기만 달랐지, 부상자들 때문에 흐름이 뚝 떨어졌다.
‘선발 2명 이탈’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지옥의 행군이 될 수도
롯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두 명의 핵심 선발 투수를 대표팀에 보내야 한다. 박세웅과 나균안, 두 명의 핵심 선발진이 빠진다면 시즌 후반 순위 레이스 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중상위권에 있어도 전력 공백은 크지만 중하위권으로 쳐져 있을때 이들이 빠지면 더더욱 치고 올라갈 동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투수진 뎁스, 특히 대체 선발이 마땅치 않다. 일단 반등을 해놓지 못한다면 아시안게임 기간 롯데는 더더욱 힘겨워질 수 있다. 여기에 대표팀의 핵심 외야수 이정후가 발목 수술로 시즌아웃이 됐다. 이 자리를 신인 김민석, 2년차 윤동희가 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롯데에서 없어서는 안될 외야 레귤러 주전 선수들이다. 만약 두 선수 중 한 명이 발탁된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또 핵심 전력이 이탈하는 것이다. 안권수가 돌아왔고 구드럼 역시 외야가 가능하지만 이들의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러모로 롯데를 향한 부정적인 시그널들이 속출하고 있다. 1위에서 7위까지 떨어지는 시간이 빠르지 않았지만 롯데는 이 기간을 효과적으로 보내지 못했고 전력을 재정비하는데 실패했다. 이제 재정비를 하고 올라가야 하지만 완전체 전력 구성에 의문이 생긴다. 과연 롯데는 어떤 방식으로 다시 치고올라갈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올해 롯데는 가을야구에만 만족해서는 안되는 시즌이라는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