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해요".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22)이 볼 1개로 세이브를 따내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정해영은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6-3 승리를 지켰다.
등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듯 했다. 7회까지만해도 6-0으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8회 장현식이 2실점했다. 9회 최지민이 첫 타자부터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느긋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정해영은 부리나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최지민이 안권수를 2루수 병살타로 유도하고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다. 그러나 정훈에게 우전적시타를 맞고 3점째를 허용했다.
다음타자는 4번 전준우. 서재응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정해영의 등판을 알렸다.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은 초구를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전준우의 방망이가 힘차게 나왔으나 빗맞으면서 내야 높게 떴다.
유격수 박찬호가 가볍게 포구하고 경기를 마쳤다. 볼 1개로 시즌 10세이브째를 작성하는 순간이었다. 28일 경기부터 3연전에 모두 9회에 등판해 3연속 세이브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시리즈 사흘연속 세이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28일 경기는 한 점을 허용했으나 6-5 승리를 지켰고 29일 경기는 무실점 4-1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부터 시즌 중반까지 극심한 구위저하와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보상받는 듯한 스윕 세이브였다.
경기전 김종국 감독은 "출루를 허용하고 있지만 정타가 거의 없었다. 직구를 많이 던지는데 알고 쳐도 방망이가 밀린다"며 구위 회복을 반겼다.
최고 147km짜리 직구와 슬라이더와 포크까지 섞어던지며 구종의 다양성을 과시하며 마무리 투수로 완전히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뒤늦은 10세이이지만 경기가 많이 남은 만큼 20세이브 고지를 향해 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후 정해영은 사흘연속 세이브에 대해 "슬라이더를 던졌다. 직구를 던졌다면 홈런을 맞았을 것이다. 창피하다"며 웃었다. 이제야 10세이브를 했다는 자책이었다. 이어 "사흘연속 세이브와 1구 세이브는 처음이다. 앞으로 열심히 세이브를 따겠다"며 각오도 다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