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드디어 승리투수가 됐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생각을 바꾸니 결과가 달라졌다.
SSG는 2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시즌 10차전에서 6-3 승리를 거뒀다. 지난 5일 KIA 타이거즈전(2⅔이닝 5실점 패전) 이후 24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박종훈이 6이닝 동안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첫 이닝부터 세 타자 모두 삼진 처리했다. 그렇게 그의 경기가 시작됐다. 3회까지 단 한개의 안타도 허락하지 않았다. 6회까지는 사사구 1개도 없었다. 박종훈은 당시 7이닝 동안 5피안타 0사사구 7탈삼진 1실점 투구를 했다.
박종훈은 이날 무사사구 투구를 기록했다. 종전 무사사구 경기는 2022년 9월 22일 문학 한화전으로 310일 만이었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 이후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박종훈은 “지금 ‘캠프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운동을 했다. 계속 영상을 보고, 느낌이 오면 늦은 시간이라도 밖에 나가서 운동을 했다. 지금 내게는 연습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진의 해결책은 결국 연습이었다. 김원형 감독도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준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무사사구 피칭을 보여준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2군에서 인내하고 잘 준비 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종훈이 호투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박종훈은 이날 승리의 기쁨을 위해 릴리스 포인트도 신경을 덜 쓰기로 했다. 한창 좋았을 때보다 릴리스 포인트가 올라와 부진이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신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리그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공을 놓는 선수가 박종훈. 그런데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졌다. 김원형 감독은 최근 박종훈의 어려움을 겪은 원인으로 릴리스 포인트를 꼽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종훈은 그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 깊어졌고, 뜻대로 투구가 되지 않았다.
결국 고민을 털어냈다. 박종훈은 “그간 팔 높이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연습이나 경기 중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그런 생각이 아쉬운 듯하다”고 되돌아봤다.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으니 상대 타자와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고민이 많아서 좋을 건 없다. 오히려 잘 되지 않을 때는 ‘단순하게 하는 게 좋다’는 게 지도자들 다수의 조언이다.
박종훈은 자신이 안고 있는 고민, 좋았을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 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니 결과가 달라졌다. 그는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진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도움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박종훈은 손등이 마운드를 긁어 피가 날 정도로 낮은 곳에서 공을 놓던 투수다. 그런데 수술, 재활 복귀 이후 그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졌다. 박종훈은 “거의 20cm 이상 높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불신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계속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그러다 ‘릴리스 포인트’ 문제에 대한 생각을 많이 버렸다. 그냥 타자와 승부만 생각하려고 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2군에 있을 때 ‘캠프 기간이다’라고 생각하고 운동을 했다.
박종훈은 “오늘 하루 운이 아니라 다음 경기에도, 그 다음 경기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오늘처럼 무사사구 투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자신 있는 공을 던지고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 보여주겠다. 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부활한 ‘독수리 킬러’. 다른 팀 상대로도 자신이 깨우친 것들을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켬볼 일이다.
/knightjis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