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야구를 하라".
KIA 타이거즈의 좌완 이의리(21)가 후반기 첫 등판에서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2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8탈삼진 4피안타 3볼넷 3실점 투구를 했다. 팀의 6-5 승리를 이끌며 시즌 8승을 따냈다. 롯데전 3전 3승의 천적투였다.
전반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6경기에 등판해 7승(5패)을 따냈고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다. 그러나 6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는 두 경기에 불과했다. 평균 4⅓이닝 소화에 그쳤다. 9이닝당 볼넷이 7.64개였다. 9이닝당 삼진 11.59개의 빛나는 기록을 퇴색시키는 제구였다.
잘 던지다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주자를 깔아놓았다. 결국 실점하고 조기에 강판당하는 패턴의 연속이었다. 선발투수로 제몫을 못해 팬들도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눈치도 보고 자책까지 여러가지 생각도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도쿄올림픽, WBC 대회에 이어 항저우 대표까지 발탁받은 투수로서 자존심 문제였다.
후반기 첫 등판에서는 선발투수의 몫을 다했다. 시즌 세 번째로 6이닝을 소화했고 세 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초구부터 칠테면 쳐보라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승부를 펼쳤다.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아지면서 쉽게 아웃카운트를 삭제했다. 0-3으로 뒤진 3회 2사 만루에서 리코 구드럼에서 우중간 2루타를 맞고 동점을 내주었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것이 컸다. 차분하게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변화구 제구가 좋았고 최고 150km짜리 강속구도 일품이었다. 이날도 8개의 탈삼진을 뽑아내 9이닝당 삼진은 11.62개로 NC 페디(10.54개)와 키움 안우진(10.86개)을 웃돈다. 새로운 안방마님 김태군의 변화구 위주의 편안한 리드도 그를 도왔다. 김태군과 호흡을 맞춘 2경기에서 11이닝 3실점하며 모두 승리를 안았다.
이의리는 호투의 비결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꼽았다. "후반기를 준비하면서 선배님들의 조언이 있었다. 자기만의 야구를 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잘 던지면 내가 연봉 오르는 것이고 못 던지면 내가 연봉 깎이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인드를 세팅했다. 이말이 귀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눈치보지 말고 생각을 좀 비우라는 말도 했다. 어린나이에 다음경기면 잘 되겠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허비된단고 하더라.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 의미를 부여하여 목표를 설정하려고 했다. 멘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며 웃었다.
이의리의 회복은 후반기 KIA의 공세를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음 등판에서도 선발투수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불펜에도 큰 힘이 된다. 이의리는 "후반기에서는 오늘처럼 좀 맞더라도 피하지 않고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강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