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겸업에서 키움 히어로즈 김건희(19)가 2군에서 타자에 전념한다.
키움은 지난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리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건희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홍원기 감독은 “김건희와 면담을 했고 투타겸업이 아니라 방향을 좁혀주는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6순위) 지명을 받은 김건희는 투수와 타자 양쪽 모두에 재능을 보였다. 투수로는 최고 시속 140km 중반대의 공을 뿌리고 타자로는 우타거포로 성장이 기대됐다.
다만 1군에서의 모습은 아쉬움이 있었다. 김건희는 타자로 8경기 타율 2할2푼2리(9타수 2안타) OPS .586, 투수로 3경기(2이닝) 평균자책점 22.5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자로 32경기 타율 2할7푼1리(96타수 26안타) 12타점 OPS .649, 투수로 5경기(5이닝) 1승 평균자책점 5.40으로 다소 고전했다.
홍원기 감독은 “김건희는 선수 본인도 그렇고, 팀에서도 오른손 거포로 성장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투수를 완전히 놓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타자쪽에 더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2군에서도 투수보다는 타자로 출전이 많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투타겸업이 정말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홍원기 감독은 “김건희는 작년 11월 마무리캠프에서 봤는데 자질은 분명히 좋다. 다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모두 놓치고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한창 성장해야할 시기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같아야 한다. 김건희가 캠프 때부터 투수에도 욕심을 보이고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 병행을 했지만 잠실 데뷔전에서 봤듯이 투수를 키워내는게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포수로 뛰었던 김건희는 키움에서는 1루수를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홍원기 감독은 “수비에서도 욕심이 많은 선수다. 1루수든 3루수든 다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일단 훈련은 1루와 3루를 하면서 공격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유일한 투타겸업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떠오르면서 전세계적으로 투타겸업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키움에서도 김건희와 장재영이 투타겸업에 도전할 의사를 내비쳤지만 김건희는 타자, 장재영은 투수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오타니는 말도 안되는 선수다”라고 말한 홍원기 감독은 “오타니 이전에는 ‘투타겸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오타니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뎁스를 생각하면 어느 한쪽의 재능에 집중해주는게 좋을 수 있다. 또한 KBO리그에서 현실적으로 투타겸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김건희도 1군에 있었지만 투타에서 모두 활용하기가 여의치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투타겸업의 꿈을 잠시 접고 타자에 집중하기로 한 김건희가 어떤 모습으로 1군에 돌아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