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이라서 다행입니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권희동은 에릭 페디와 동료인 게 너무 다행이라고 한다. NC가 아직 선발진이 완전하지 않기에 그만큼 페디의 등판 경기는 선수단에게도 부담이다. 권희동은 “사실 우리 팀 선발진에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아서 페디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다. 페디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올해 KBO리그에 상륙한 페디는 등판 때마다 져서는 안 될 피칭 내용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현재 페디의 성적은 가히 ‘엽기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에도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클래스’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7일 창원 KIA전 7이닝 5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현재 17경기 103⅓이닝 14승2패 평균자책점 1.74, 121탈삼진, WHIP 0.98, 피안타율 2할3리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다승, 평균자책점 1위, 탈삼진 2위를 기록 중이다. 키움 안우진의 존재로 3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은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기록들은 다르다. 역대급 페이스로 KBO리그 기록들을 하나둘 씩 깨뜨릴 기세고 KBO리그의 전설적인 투수들을 모두 소환하려고 한다.
페디는 6월부터 KBO리그 기록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12번째 등판을 했던 6월9일 창원 SSG전(6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에서 승리 투수가 되면서 12경기 만에 10승을 채웠다. 이는 역대 최소경기 10승 타이 기록이다. 1985년 삼성 김일융, 1993년 한화 정민철에 이어 30년 만에 역대 3번째 선수가 됐다. 그리고 지난 12일 창원 롯데전(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이번에는 10구단 체제 역대 최소 경기 전구단 상대 승리 타이 기록(15경기)도 달성했다. 지난 2015년 KIA 양현종(2017년 6월27일)이 달성한 바 있고 페디가 6년 만에 타이 기록을 수립했다.
역사 위에 섰지만 신기록으로 갈아치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페디가 진짜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다. 일단 현재 24승 페이스를 향해 가고 있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16년 더스틴 니퍼트가 기록한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22승)도 충분히 깨뜨릴 수 있는 상황이다. 타선 자체가 짜임새가 있고 현재까지 득점 지원도 넉넉하다(경기 당 5.53득점 지원). 6이닝 이상은 기본적으로 던져주기 때문에 승리 확률이 높다.
여기에 페디는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도전하고 있다. 동시에 달성하게 되면 지난 1997년 70경기 20승(2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던 김현욱 이후 26년 만에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기록하는 선수가 된다.
한술 더 떠서 페디가 추가할 수 있는 기록이 하나 더 있다. 순수 선발 20승에 평균자책점 1점대를 찍는 것. 20승과 평균자책점 1점대 기록은 김현욱을 포함해 6명만 고지를 밟은 대기록이다. 그러나 순수 선발승으로 20승을 채우면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아직 1명도 없다.
▲KBO리그 역대 20승 평균자책점 1점대 기록
- 1982년 박철순 36경기(19선발) 24승(16선발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
- 1985년 최동원 42경기(17선발) 20승(12선발승) 9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92
- 1986년 선동열 39경기(22선발) 24승(17선발승) 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0.99
- 1989년 선동열 36경기(12선발) 21승(9선발승) 3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17
- 1990년 선동열 35경기(16선발) 22승(11선발승) 6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1.13
- 1997년 김현욱 70경기(0선발) 20승(0선발승) 2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88
모두 투수 분업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의 기록이다. 등판 기회는 더 많았고 승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투수 분업화 시대에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최소 실점을 하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주면서 승리를 챙기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페디는 엄청난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모두가 페디를 만나기 두려워 한다. 좋은 투수라는 것은 인정하는데 그 레벨 자체가 다르다. NC 빼고 모두가 두려워 하는 존재감을 지닌 페디는 KBO리그 전설들을 소환하며 역사 위에 새롭게 설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