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잘 하면 좋지만, 프로에 가면 쉽지 않다. 하나라도 잘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준호 경북고 감독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물금고를 4-1로 꺾고 제자들의 헹가래를 받았다.
1993년 이후 무려 30년 만에 경북고가 청룡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대회 전 경북고는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 못했으나 4강에서 ‘고교 좌완 특급’ 황준서를 내세운 장충고를 꺾은 뒤 물금고의 돌풍까지 잠재웠다.
이 감독은 우승 후 “솔직히 많은 기대에 부담감이 있었다.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며 “어제 밤새도록 잠을 못 잤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있어서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기쁜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7이닝 무실점 호투를 벌인 선발 이승헌을 비롯해 잘 싸워준 제자들을 칭찬했다. 이번 대회에서 ‘투타 겸업’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전미르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
사실 아마추어 야구에서 ‘투타 겸업’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둘다 잘 한다면 관심을 끌만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투수로도 타자로도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야구 팬들에게 더 많은 흥미를 안겼다.
경북고 ‘에이스’ 전미르(3학년)는 지난 24일 강릉고와 대회 8강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가 당시 선발 1학년 좌완 이중석이 일찍 흔들리면서 구원 등판, 투구 수 82, 4사구 5, 삼진 5개 노히트 완벽투를 펼치며 경북고를 준결승 무대로 이끌었다.
에이스다웠다. 이후 전미르는 더는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타석에서 돋보였다. 장충고와 준결승전에서는 역전타를 쳤다. 물금고와 결승전에서는 결승 적시타 포함 멀티히트 활약을 했다.
투수 타자 모두 잘 했다. 전미르는 대회 최고 활약을 인정받아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했고, 투수로 수훈 선수상까지 챙겼다. 이런 제자를 보자니 이 감독은 “투수도 야수도 괜찮지만, 투수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희망사항을 말했다.
그 이유로 이 감독은 “물론 자신감은 넘친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잘 하고 싶어한다. 욕심이 있는 선수다”면서 “둘 다 잘 하면 좋겠지만, 프로 무대에서 다 잘하기는 쉽지 않다. 하나라도 잘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3학년으로 프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전미르의 마음은 아직 확고하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둘 다 하고 싶다. 둘 다 못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오타니 쇼헤이가 롤모델이다”라고 했다.
전미르는 “투수로는 겁없이 바로바로 승부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래, 많이 던질 체력도 된다”며 “타자로는 강한 타구를 날릴 자신이 있다. 발도 빠른 편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롤모델인 오타니의 경기도 잘 챙겨본다고 했다.
‘하나를 잘 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는 조언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전미르는 “하고 싶다”며 “프로 무대에서도 가능하다면 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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