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27번의 세이브 기회를 한 번도 날리지 않았다. 단 하나의 블론세이브 없이 SSG 뒷문을 완벽하게 단속 중인 서진용(31)이 KBO리그에 전례 없는 기록을 쓸 기세다.
서진용은 지난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두 번의 블론세이브 위기를 딛고 SSG의 8-7 짜릿한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시즌 27세이브로 이 부문 2위 홍건희(두산·21개)를 6개 차이로 따돌리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한 서진용은 개막부터 27세이브 노블론 행진을 이어나갔다.
두 번의 블론 위기 딛고 1점 리드 지켰다
8회 등판 상황부터 쉽지 않았다. 8-7로 쫓긴 무사 1,2루 상황에서 6아웃 세이브를 위해 조기 투입된 서진용은 첫 타자부터 이날 4안타를 몰아친 구자욱을 만났다. 4구 연속 포크볼로 유인하며 타이밍을 빼앗아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호세 피렐라를 초구 몸쪽 포크볼로 먹힌 타구를 이끌어냈다. 2루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되며 한 고비 넘겼다.
9회 또 한 번의 고비가 왔다. 이성규의 빗맞은 타구가 3루 내야 안타가 되더니 김동엽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다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동진의 연속 번트 실패 이후 포수 앞 땅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고 한숨 돌렸다. 류지혁의 2루 땅볼로 이어진 2사 2,3루에서 강한울에게 스리볼로 몰리자 자동 고의4구로 1루를 채운 서진용은 만루에서 김성윤과 승부를 택했다.
김성윤이 2구째 포크볼을 잘 받아치며 투수 정면 강습 타구를 날렸지만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서진용이 자신의 왼쪽 무릎 아래로 향하는 타구에 본능적으로 글러브를 쭉 내밀어 잡았다. 투수 직선타로 경기 종료. 천신만고 끝에 2이닝 세이브를 수확한 서진용은 두 팔 번쩍 들고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개막 후 27세이브 무블론, 오승환도 못한 기록
이날까지 서진용은 올 시즌 39경기(40⅓이닝)에서 1승27세이브 평균자책점 1.34 탈삼진 38개를 기록 중이다. 개막 후 27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살리며 한 번의 블론도 범하지 않았다. 이닝당 출루 허용(WHIP)이 1.49로 평균자책점보다 높고, 블론 위기도 몇 차례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다 막아냈다.
지난 2006년 블론세이브 기록이 공식 집계된 이후 KBO리그에서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두며 ‘노블론’으로 마친 투수는 2021년 키움 조상우(15세이브)가 유일하다. 20세이브 이상으로 기준을 높이면 아무도 없다. 삼성 오승환이 2011년(47세이브), 2012년(37세이브), 2021년(44세이브) 1블론 시즌을 보냈지만 서진용처럼 개막 후 이렇게 오랜 기간 노블론이었던 적은 없다. 2011년 47세이브, 1블론으로 역대 최고 세이브 성공률(97.9%)을 기록한 오승환은 12세이브 이후 그해 5월20일 대구(시민) 두산전에서 유일한 블론을 기록했다.
지난해 LG 고우석이 개막 후 27번의 세이브를 블론 없이 연속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7월30일 잠실 KT전에서 시즌 첫 블론을 범해 27세이브에서 무블론 기록이 끊겼다. 지난해 42세이브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고우석은 블론 2개를 기록, 세이브 성공률 95.5%로 시즌을 마쳤다.
주자 있을 때 강한 서진용 “언젠가 블론 할 수도 있겠지만…”
서진용의 무블론 행진은 위기관리능력을 빼놓고 설명이 안 된다. 그는 26일 삼성전을 마친 뒤 “주자가 있어야 잘 던지나 보다. 위기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닌데 주자가 나가니 오히려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웃으며 “주자를 안 내보내려고 하는데 경기가 쉽게 되지 않는다. 주자가 나가면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2푼(50타수 6안타)에 불과하다. 주자 있을 때 피안타율(.293)보다 훨씬 낮다. 피OPS도 주자가 없을 때 .845로 높지만 득점권에선 .433으로 크게 낮아진다. 만루에선 12타수 1안타 무볼넷 5삼진으로 피안타율 8푼3리, 피OPS .154로 극강. 불펜투수로서 경험이 풍부하고, 포크볼이라는 확실한 주무기가 있어 위기 때 탈삼진 능력이 빛을 발한다.
지금 페이스라면 리그 최초로 20세이브 이상 투수 중 최초의 노블론 시즌도 기대할 만하다. 서진용은 “언젠가 블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한다. 너무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한 페이스를 잘 유지하겠다”며 “경기가 끝나면 노블론 기록이 생각나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하다 보니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