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아른거리던 1위를 비로소 차지했다. 데뷔 17년차에, 그리고 최전성기인 롯데 자이언츠 시절에도 못 했던 타격왕에 도전한다. NC 다이노스 손아섭(35)이 비로소 타격 달인의 경지들의 증거인 타격 1위에 올랐다.
손아섭은 올해 확실하게 부활했다. 롯데에서 NC로 이적한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28경기 타율 2할7푼7리(548타수 152안타) 4홈런 48타점 OPS .714에 그쳤다. 노쇠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시즌 초반 아무리 손아섭이 부진하다고 하더라도 ‘손아섭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최전성기 때의 격언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손아섭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선수였다. 이미 통산타율 3할2푼2리의 타격에 관해서는 통달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배움을 갈구했다. 비시즌 미국 개인 훈련에 나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의 야구 아카데미를 찾아서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에 주력하는 폼으로 개조를 했다. 크고 작은 타격폼의 변화가 매년 있어왔던 손아섭이었지만 35세 시즌의 변화는 모험이었고 도전이었다.
이 도전은 적중했고 올해 타격왕 경쟁을 펼치고, 또 타격 1위를 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까지 만드는데 성공했다. 손아섭은 올해 79경기 타율 3할3푼6리(318타수 107안타) 3홈런 48타점 50득점 OPS .845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전반기 막판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올스타 휴식기를 지나서도 이어지고 있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16타수 7안타를 몰아쳤다. 지난 22일 한화전이 끝나고는 타율 .3387를 기록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3389)에 2모 뒤진 타격 2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미국 시민권 인터뷰를 마치고 이번 주부터 다시 출전하기 시작한 에레디아가 2경기 연속 침묵(7타수 무안타) 하면서 손아섭은 타율은 다소 떨어졌지만 타격 1위 자리로 올라섰다.
14년 연속 100안타(역대 4번째) 기록을 달성했고 역대 최초 8년 연속 150안타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현역 최고의 안타머신이다. 하지만 손아섭에게 타격 1위 자리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매번 쟁쟁한 선배들 앞에서 가로막혔다.
2012년 3할1푼4리의 타율로 타격 3위를 차지했던 손아섭은 그동안 ‘포디움’에 오르며 1위를 호시탐탐 노렸지만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지는 못했다.
2013년에는 3할4푼5리로 타격왕 꿈에 부풀었고 막판까지 경쟁을 했다. 그러나 LG의 적토마 이병규(현 삼성 수석코치)의 회광반조에 밀렸다. 당시 이병규는 만 38세 11개월 11일의 나이로 3할4푼8리의 타율을 찍으며 최고령 타격왕에 올랐다. 손아섭의 커리어 첫 타격왕 타이틀을 가로막았다. 2014년에도 타율 3할6푼2리로 타격 3위를 기록했지만 이 해는 서건창의 200안타 시즌이었고 서건창이 타격왕을 차지했다.
손아섭이 다시 타격왕에 도전했던 시즌은 2020년이었다. 타율 3할5푼2리를 기록했다. 최형우의 3할5푼4리에 2리 차이로 밀리면서 타격왕이 또 한 번 무산됐다. 여러모로 손아섭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고 당시의 경쟁상대가 쟁쟁했다.
하지만 올해 손아섭의 페이스를 저지할만 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에레디아도 몰아치기에 능하지만 언제 다시 감각을 끌어올릴지 모른다. 홍창기(LG) 양의지(두산) 김혜성(키움) 등이 손아섭을 위협할만한 경쟁자이지만 올해만큼 타격왕에 오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또 오지 않을 것이다.
올해 멀티히트 30경기를 치렀는데 이 30경기에서 팀은 22승8패의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손아섭의 안타 생산이 팀 승리에 절대적이다. 손아섭의 타격왕 도전은 NC의 성적과도 연관이 있고 NC에도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손아섭이 타격왕에 오르면 테임즈(2015년) 양의지(2019년) 이후 역대 3번째로 NC 출신 타격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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