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마감일 코앞에 1~3선발 내고도 5연패…LG는 움직일 것인가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7.27 09: 00

[OSEN=백종인 객원기자] ‘하필이면’. 한자로 된 부사다. ‘何必이면’이라고 쓴다.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달리하거나 달리 되지 않고 어찌하여 꼭….’ ‘돼 가는 일이나 결정된 일이 못마땅하여 돌이켜 묻거나, 꼭 그래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캐물을 때 쓰는 말.’ 하필이면. 오늘의 키워드다.
하필이면.
고영표가 눈부시게 막는다. 상대의 기회는 4회가 유일했다. 여기서 1점을 얻는 데 그친다. 나머지는 철저히 유린당했다. 3회까지 퍼펙트, 5회 이후도 비슷하다. 6회 2사 후 출루(김현수 안타)가 전부다. 7회까지 꽁꽁 묶였다. (26일 수원, LG-KT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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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이다. 경기 없는 월요일이었다. 몇몇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다. 난데없는 소문 탓이다. ‘오늘 안에 핵폭탄급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게시글이 떴다. LG를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출처도 불명이다. 하지만 여기에 살이 붙는다. 뼈가 맞춰진다. 그럴듯한 ‘썰’이 퍼지기 시작한다. 일파만파다.
그때 시나리오 중 하나다. ‘수도권 팀의 유력한 선발 투수가 트레이드될 것이다.’ (트윈스)는 젊은 야수와 드래프트 지명권을 얹어줄 계획이다. 많은 댓글러들이 ‘유력한 선발 투수’를 고영표로 추측했다.
나름대로 그럴듯한 상상이다. 마법사들이 지금보다는 암울할 때다. 계속 내리막이면 이번 시즌은 어렵다. 그럼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고영표를 활용하면 빅딜도 충분하다. 아쉬우면 FA(2024년) 된 뒤에 다시 데려가면 된다. 뭐 그런 논리다.
여기에는 ‘일부’ LG 팬들의 간절함이 가득하다. 가장 안정적인 선발 아닌가. 취약점을 메워줄 적임자다. 포스트시즌 (예상) 상대에도 강한 게 매력이다. 특히나 SSG 전에 뛰어나다. 10게임 6승 1패, 평균자책점이 2.42다. 롯데는 말할 것도 없다. 8승 4패, ERA 2.47이다.
물론 전형적인 뇌피셜이다. 징후도, 근거도 없는 헛피셜이다. ‘핵폭탄’은 불발됐다. (일부 팬들의)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그런 팬들에게는 어제 고영표의 호투가 더 큰 안타까움이다. 이제는 가능성(?)마저 희박하다. 마법사들도 가을을 꿈꾸게 됐다. 핵심 선발을 내줄 리는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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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나리오도 있었다. 외국인 투수에 대한 것이다. 케이시 켈리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과 맥이 닿는다. 그래서 나온 얘기로 보인다.
‘지방 구단과 트레이드가 논의되고 있다’는 썰이다. 외국인 투수끼리의 교환을 의미한다. 데이비드 뷰캐넌이 대상이다. 켈리+알파를 내주는 조건이다. 아마도 최하위권으로 처진 라이온즈의 상황을 감안한 상상력이다. 역시 근거는 없다.
하필이면.
1위 팀이 5연패에 빠졌다. 날짜로는 벌써 20일이 가깝다. 마지막 승리는 지난 8일(롯데전 12-3)이다. 올스타 휴식기에 우천 취소가 겹쳤다. 힘겨운 7월이다. 한때는 쉬어 갈 곳 없다던 타순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여기저기 물이 고였다. 4점 뽑기가 버겁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4월부터 내내 골칫거리였다. 선발 투수진의 약세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간단히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켈리가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애덤 플럿코를 제외하면 딱히 믿을 만한 카드도 없다.
5인 로테이션은 바라지도 않는다. 3명도 아슬아슬하다. 전반기에 잘 버티던 임찬규도 하락세다. 6월 이후로 신통치 않다. 7게임에서 1승 2패, ERA 5.02로 처진다. 어제 경기도 5회를 못 채웠다. 3점으로 막은 게 다행이다. 6안타, 4볼넷으로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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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후반기를 1, 2, 3선발로 시작했다. 켈리-플럿코-임찬규의 순서다. 가능한 최선의 로테이션이다. 그런데도 3게임을 모두 놓쳤다. 이건 시사하는 바가 사뭇 다르다.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해야 맞다.
트윈스는 현재 1위다. 한국시리즈를 상정해야 할 위치다.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대입해 보자. 긴 휴식기를 가졌다. 그리고 1~3선발로 출발한다. 얼추 비슷한 전개다. 마치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결말이라면?
하필이면.
마감 시한이 임박했다. 불과 4~5일 남았다. 31일까지 선수 등록이 돼야 한다. 안되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넣을 수 없다. 트레이드, 교체, 임대….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다. 보강하려면 그 안에 이뤄져야 한다.
그 시점에서의 연패다. 1~3선발이 나가서도 못 끊었다. 아마도 트윈스 프런트나 감독, 코칭스태프는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다. 이제까지는 변화에 부정적이었다. “(계획) 없다, 그냥 간다”로 일관했다. 교체, 임대, 트레이드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과연 이번도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는 자세로 말이다. 그러기 쉽지 않다. 짓누름이 꽤나 클 것이다. 여론의 부글거림이 최대치에 다다를 것이다.
말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특히나 이 시점에는 더 그렇다. “하필이면” 혹은 “그러길래”. 자칫 오랫동안 잠을 설치고, 뒤척이고, 이불을 걷어차게 만드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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