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수술로 인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된 이정후(키움)의 대체자로 롯데 2년차 외야수 윤동희(20)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가대표 간판타자 이정후는 사흘 전 병원 검진 결과 왼쪽 발목 신전지대가 손상되며 27일 수술이 잡혔다.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8회 수비 도중 비로 인해 질퍽해진 잔디를 잘못 밟으며 재활에 3개월이 소요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KBO리그 경기는 물론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아시안게임 출전이 사실상 불발됐다. 이정후는 최지훈(SSG), 최원준(KIA)과 함께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외야수 부문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었다.
이정후의 이탈로 류중일호는 소집하기도 전에 대체 외야수 발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대표팀은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차 이하 선수 21명 및 이와 관계없는 와일드카드 3명(박세웅, 구창모, 최원준)으로 구성됐다. 팀당 최대 3명 차출 제한 규정으로 인해 LG(고우석, 정우영, 문보경), KIA(이의리, 최지민, 최원준), NC(구창모, 김형준, 김주원)를 제외한 7개 구단에서 이정후 대체자를 발탁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타율 3할을 치며 활약 중인 윤동희가 이정후를 대신할 외야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윤동희는 야탑고를 나와 2022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3라운드 24순위로 뽑힌 우타 외야수로, 2년차인 올해 60경기 타율 3할8리 2홈런 23타점 22득점 득점권타율 3할1푼4리로 활약 중이다. 지난달 22일 수원 KT전부터 한 달 넘게 롯데 테이블세터를 맡아 열심히 밥상을 차리고 있다.
26일 잠실에서 만난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윤동희를 1번으로 기용하는 이유는 팀 타격 사이클이 떨어졌고, 안권수가 빠지며 전형적인 리드오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라며 “윤동희는 출루를 잘하고 타율도 괜찮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선구안도 좋다. 리드오프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라고 윤동희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렇다면 윤동희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서튼 감독은 돌연 쓰고 있던 모자를 벗더니 “내가 롯데 감독이 아니라면 윤동희가 당연히 국가대표팀으로 향해 한국을 대표했으면 좋겠다. 어떤 선수든 국가대표가 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모자를 벗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서튼 감독은 다시 모자를 착용하며 “이제 내가 다시 모자를 쓰고 롯데 감독이 됐다”라고 웃으며 “우리는 플레이오프를 향해 열심히 가고 있기 때문에 윤동희가 국가대표팀에 가지 않고 남아있는 게 도움이 되긴 한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롯데는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와일드카드 박세웅과 나균안이 승선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정후가 이탈하면서 윤동희 뿐만 아니라 1라운드 신인 외야수 김민석 또한 대체자로 거론되고 있다. 서튼 감독은 대회 기간 두 선수가 롯데 외야를 지키길 바라겠지만 서튼 감독이 말한대로 국가대표는 개인에게 영광스러운 자리다.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병역 의무도 해결이 가능하다.
롯데의 신예 외야수들은 오는 9월 영광스러운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 8월 소집되는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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