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대체 외국인투수 애런 윌커슨(34)이 KBO리그 데뷔전에서 자이언츠 야구에 제대로 감명을 받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0차전에서 7-2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두산 12연승 저지와 함께 3연패에서 탈출하며 시즌 40승 42패를 기록했다. 5위 KT에 0.5경기 뒤진 6위다.
승리의 주역은 새 외국인투수 윌커슨이었다. 7월 팀 타율 1위 두산을 상대로 데뷔전을 갖고 5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76개였고, 최고 149km의 직구 아래 슬라이터,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곁들여 첫 경기부터 일을 냈다. 스트라이크(53개)-볼(23개)의 비율도 이상적이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KBO리그 첫 등판인데 경기 내내 뛰어난 제구력으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라고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윌커슨은 “첫 경기라 조금 긴장됐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내 강점을 살려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공을 던지려고 했다”라며 “투구는 만족스러웠다. 타선이 점수를 많이 내서 안정적으로 투구할 수 있었다. 또한 포수 유강남의 리드가 좋았다. 타깃이 크고 프레이밍이 좋더라. 내가 외국인투수라 사인이 다를 수 있는데 유강남이 완벽하게 이끌어줬다. 날 위해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개도 한 번밖에 안 저었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윌커슨은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팀이 3연패에 빠져 있었고, 상대는 11연승을 질주 중인 두산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윌커슨은 “연패나 연승은 언젠가 끊기기 마련이다. 우리 팀의 연패를 끊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롯데는 부진을 거듭하던 ‘털보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를 과감히 방출하고 18일 총액 35만 달러를 들여 윌커슨을 데려왔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가을 무대를 밟기 위해 외국인투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윌커슨은 대학야구, 독립리그를 거쳐 2014년 보스턴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데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4경기에 출장한 바 있으며, 마이너리그 통산 158경기 58승 31패 783⅔이닝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소속으로 14경기 5승 5패 70⅔이닝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을 남겼다.
윌커슨은 이날 롯데 야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롯데는 싸울 준비가 돼 있는 팀 같다. 이제부터는 매 경기가 중요한데 롯데는 충분히 가을야구에 갈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수비가 상당히 뛰어난 팀 같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냈다.
윌커슨의 다음 등판은 변수가 없는 한 내달 1~3일 사직 NC 3연전이 유력하다. 홈팬들 앞에 서게 된 그는 “나 같은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줄 때 더 힘을 느낀다. 우리 홈팬들이 얼마나 많이 오시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갖고 오실지 알고 있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라며 홈경기를 향한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