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우완 홍건희(31)가 이적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마무리 투수로 30세이브에 도전하고 FA 잭팟까지 시야에 두고 있다. 트레이드가 야구인생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2020년 6월7일 두산과 KIA는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산은 우완투수 홍건희를 얻었고, KIA는 유틸리티 내야수 류지혁을 보강했다. 두산은 불펜투수가 필요했고, KIA는 3루수가 절실했다. 서로 윈윈이 되는 트레이드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윈윈이 되었다.
타이거즈 시절 홍건희는 미완의 기대주였다. 신인시절 '제2의 윤석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로도 활용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했다. 기복이 문제였다. 선발투수로 깜짝 호투를 하고도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착한 성품에 성실하기 짝이 없는 모범생이었다. 터질듯 터질듯 애간장만 태웠다. 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면 대신 등판하고 선발 뒤에 나오는 롱맨이었다. 한 때 최고 153km를 넘는 강속구를 뿌렸으나 부상으로 주춤했고 예전으로 돌아갔다. 커리어하이는 2016년 50경기(선발 9경기)에 등판해 4승4세이브5홀드, ERA 4.98이었다.
그렇게 2020시즌 10년차를 맞이했고 트레이드 직전까지 마지막에 등판(10경기)하는 패전처리반이었다. KIA 시절 통산 166경기(33선발) 9승20패5세이브5홀드, ERA 6.30의 성적이었다. 6점대 방어율 투수는 트레이드와 함께 완전히 달라졌다. 이적 첫 해 불펜투수로 50경기에 등판해 3승8홀드1세이브, ERA 4.76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이적생의 새로운 각오, 드넓은 잠실구장, 강팀의 공격과 수비력의 뒷받침을 받으며 제몫을 했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2021시즌에는 65경기 6승3세이브17홀드 ERA 2.78의 우등성적을 올렸다. 급기야 2022시즌은 김강률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대신 마무리를 맡았다. 2승9패18세이브9홀드, ERA 3.48를 기록했다. 20세이브에 근접하는 등 본격적으로 마무리 투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23시즌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도 홍건희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개막부터 마무리 투수로 순항을하다 6월은 2패(5세이브)를 당하며 주춤했다. 그러나 7월 6경기에서 5세이브 1홀드, ERA 1.69의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생애 첫 2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10연승을 이끌었다. 24일 현재 21세이1홀드 ERA 2.25의 성적이다. 1위 SSG 서진용(26세이브)과 5개 차 2위이다.
어엿한 마무리 투수로 존재감을 보였다. 마운드에서 여유와 자신감도 엿보인다. 그만큼 많은 경험을 통해 단단해졌다. 베테랑 포수 양의지의 리드도 큰 힘이다. 이런 추세라면 30세이브 이상은 충분히 거둘 수 있다.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후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나는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이지만 그에게 3년 전 트레이드는 야구인생을 바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