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5)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부상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지난 시즌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으로 활약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최다안타, 타점)과 리그 MVP를 휩쓴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기에 이정후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조금 더 경쟁력 있는 타격을 하기 위해 타격폼에 변화를 준 이정후는 지난 3월 개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고 4월 한 달 동안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슬럼프에 빠지며 고전하기도 했다. 22경기 타율 2할1푼8리(87타수 19안타) 3홈런 13타점 OPS .678을 기록하며 최악의 한달을 보냈다.
그렇지만 이정후는 이정후였다. 5월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슬럼프에서 탈출했고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시즌 성적을 85경기 타율 3할1푼9리(329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3까지 끌어올렸다. 4월 22일 타율이 1할9푼4리까지 떨어졌고 OPS는 5월 7일 .663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반등이다.
후반기에도 첫 2경기에서 4안타를 몰아친 이정후는 지난 22일 롯데전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8회말 수비 도중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고 말았다. 별다른 위험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플레이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키움은 지난 24일 “이정후가 왼쪽 발목 신전지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 신전지대 손상은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이 손상돼 치료를 위해서는 봉합 수술이 필요하다. 추가 검진 후 수술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수술 후 재활 기간은 약 3개월 정도 소요되며, 회복 속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아직 구체적인 복귀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3개월이 소요될 경우 아시안게임 출전은 물론 남은 시즌 복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간판타자를 잃은 키움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외국인타자 로니 도슨이 데뷔 첫 2경기에서 4안타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정후의 공백을 메우기는 대단히 어렵다. 창단 첫 우승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시즌이기에 이정후의 부상은 키움에 너무나 아프게 다가온다.
이정후 본인에게도 이번 부상은 아쉬움이 크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평가는 어느정도 정해진 상황이고 WBC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부상으로 이정후에 대한 평가가 급격하게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4월 슬럼프 역시 결국에는 극복해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비춰질 여지도 있다. 하지만 수치적인 부분에서 시즌 성적을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더 좋은 숫자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부상이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순조롭게만 보였던 빅리그를 향한 길에 걸림돌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생각지도 못한 악재를 만난 이정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