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날 정도이다".
두산 베어스는 7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으며 3위에 올랐다. 6월 말까지 승패적자 3개였던 팀이었다. 그러나 7월1일부터 10연승을 달리더니 흑자 7개로 돌아섰다. 쳘벽마운드가 원동력이었다. 투수들도 잘 던졌지만 베테랑 포수 양의지의 집요한 볼배합도 크게 작용했다.
10연승 기간중 두산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은 압도적인 1위(1.78)였다. 선발진이 2.29, 구원진이 1.00을 기록했다. 새로운 외인 브랜든 와델이 가세하면서 선발진이 제대로 돌아갔다. 불펜진도 마무리 홍건희와 필승맨 정철원을 중심으로 부진한 투수 한 명 없이 철벽계투를 이어갔다.
양의지는 빛나는 볼배합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에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0-1로 뒤진 3회말 2사 만루에서 까다로운 소크라테스를 상대로 9구 접전끝에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았다. 볼카운트 2-2에서 포크볼을 4개 연속 유도해서 제압한 것이었다.
이어 1-1이던 5회말 1사2루에서 전타석에서 2루타를 날린 김도영을 상대로 5구를 모두 몸쪽으로 찔러넣었다. 결국 직구에 스윙하다 막혀 방망이가 부러졌고 투수 뜬공이 됐다. 또 7회말 1사1,3루에서도 계속 몸쪽으로 바짝 휘어지는 볼을 찔렀고 결국 1루수 파울플라이로 유도했다.
뒤를 이은 나성범을 상대로도 몸쪽 승부를 펼쳐 포수 파울플라이와 3루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두산이 5-2로 이길 수 있는 발판도 위기상황에서 양의지의 집요한 몸쪽 볼배합이었다. 오죽했으면 상대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에게 "보이는 것 모두 치려다 양의지에게 당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몸쪽 깊숙히 휘어지는 볼까지 건들어 득점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승엽 감독도 양의지의 존재에 큰 박수를 보냈다. "모든 투수들에게 양의지 효과가 있다. 볼배합이 집요할 정도로 상대를 짜증나게 한다. 의지의 볼배합이 투수들 상승세 타는 요인이다. 내가 보더라도 느낄 정도인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백업포수나 경기 나가지 않는 선수들도 느낄 것이다"고 극찬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번째 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를 152억 원을 주고 복귀시켰다. 한화도 KIA도 거액의 베팅을 했지만 양의지는 친정을 선택했다. 궁극의 볼배합과 수비 하나로도 거액의 몸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게다가 타율 3할2푼9리, 8홈런, 40타점, 31득점, OPS 0.920의 빼어난 공격력까지 겸비했다. 152억원이 아깝지 않는 활약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