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부진일까. 아니면 체력 과부하가 걸린 것일까. 전반기 KBO리그 최고의 필승 요원으로 이름을 날린 박영현(20·KT 위즈)의 후반기 출발이 불안하다.
박영현은 지난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과의 시즌 12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시즌 17번째 홀드를 수확하며 이 부문 1위 노경은(18홀드·SSG)과의 격차를 1개로 좁혔지만 기록 달성의 기쁨보다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그 정도로 내용이 좋지 못했다.
박영현은 8-4로 앞선 7회 1사 1, 2루 위기서 이상동에 이어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 교체는 적중했다. 등판과 함께 첫 타자 김성윤을 1루수 직선타 처리했고, 미처 귀루하지 못한 1루주자 류지혁까지 포스아웃을 당하며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다.
박영현은 여전히 8-4로 리드한 8회 급격히 흔들렸다. 선두로 나선 대타 강한울에게 우중간으로 향하는 안타를 내준 뒤 김현준 상대 좌전안타, 김지찬을 만나 내야안타를 연달아 허용하며 무사 만루에 처한 것. 김지찬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지만 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2루수와 투수 사이 애매한 곳으로 향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박영현은 무사 만루서 구자욱 상대 0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으나 2B-2S에서 2타점 2루타를 맞고 마무리 김재윤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후 김재윤이 호세 피렐라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헌납하며 박영현의 최종 자책점은 3점으로 기록됐다. KT는 김재윤의 천금 구원에 힘입어 8-7 진땀승을 거뒀지만 믿었던 박영현의 난조로 하마터면 동점을 허용할 뻔 했다.
유신고를 나와 2022 KT 1차 지명된 박영현은 데뷔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마무리 유망주다. 첫 시즌 인상은 강렬했다. 제2의 오승환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정규시즌 52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으로 호투했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신기록(만 19세 6일)을 수립했다.
박영현은 데뷔 2년차를 맞아 김재윤의 앞을 지키는 확실한 셋업맨 요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층 묵직해진 직구와 2년차 신예답지 않은 대담함을 앞세워 전반기를 41경기 2승 2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2.23으로 기분 좋게 마쳤다. 지난 6월 발표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박영현은 전반기 10개 구단 구원투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44⅓이닝을 소화했다. 1위는 51이닝의 임기영(KIA). 이에 혹사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지만 등판 때마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고, 12일 고척 키움전 이후 올스타 휴식기를 포함해 9일의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박영현은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⅓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 부진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2-1로 근소하게 앞선 7회 2사 2루서 등판해 뼈아픈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이튿날 또한 ⅔이닝 3실점 난조를 보이며 부끄러운 홀드를 기록했다.
박영현의 후반기 2경기 평균자책점은 45.00(1이닝 5자책). 승승장구하던 제2의 오승환에게 시즌 첫 시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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