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타율 1위에 육박했다. ‘창원의 오빠’ 손아섭(35)이 롯데에서 못한 타격왕을 NC에서 할 기세다.
손아섭은 최근 10경기 타율 4할5푼(40타수 18안타) 2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12일 창원 롯데전부터 22일 대전 한화전까지 최근 4경기에서 무려 13안타를 몰아쳤다. 제이슨 마틴의 9회 결승 스리런 홈런으로 7-5로 역전승한 22일 경기에서도 4-5로 뒤진 9회 1사에서 손아섭의 우전 안타부터 드라마가 시작됐다.
어느새 시즌 타율을 3할3푼9리(310타수 105안타)로 바짝 끌어올린 손아섭은 이 부문 전체 1위인 기예르모 에레디아(SSG)에게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295타수 100안타의 에레디아가 3할3푼8리9모로 손아섭(.3387)에 불과 2모 차이로 앞서있다.
통산 타율 3할2푼2리로 3000타석 기준 역대 4위에 빛나는 손아섭이지만 아직 타격왕 타이틀은 없다. 롯데 시절이었던 지난 2013년(.345), 2020년(.352) 두 차례 타율 2위에 오른 게 최고였다. 2013년에는 LG 이병규(.348), 2020년에는 KIA 최형우(.354)에게 아깝게 밀렸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손아섭은 지난 2021년 시즌을 마친 뒤 NC로 FA 이적했다. 2021년 139경기 타율 3할1푼9리(542타수 173안타) 3홈런 58타점 OPS .787로 다소 저조한 성적을 냈고, 롯데가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자 15년간 몸담은 팀을 떠나 NC와 4년 64억원에 FA 계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손아섭은 138경기 타율 2할7푼7리(548타수 152안타) 4홈런 48타점 OPS .714에 그치며 2010년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잡은 뒤 가장 부진했다. 롯데도 유격수 딕슨 마차도를 포기하며 영입한 외야수 DJ 피터스가 실패하는 등 내부적으로 외야수를 육성하지 못했지만 손아섭에 대한 가치 평가는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올해 또 상황이 바뀌었다. 절치부심한 손아섭이 이적 2년차 시즌에 보란듯이 반등하고 있다. 지난겨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를 찾아 발사각 20도를 기준으로 스윙 궤적을 수정하며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에 주력했다. 4월 개막 한 달간 26경기 타율 2할9푼4리 OPS .742로 적응기를 보냈다.
4월말 손아섭은 “겨울에 수정한 부분들이 조금 자리를 잡지 못한 부분이 있어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찾아가는 과정이다.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그 말대로 5월부터 살아나더니 6월 이후 31경기 타율 3할9푼 OPS .987로 폭발하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은 77경기 타율 3할3푼9리 3홈런 48타점 OPS .853. KBO 공식 스포츠투아이 기준 WAR 전체 8위(3.16)에 빛난다. 주로 1번타자로 나섰는데 타점 전체 9위로 결정력을 보이고 있다. 득점권 타율 4위(.354)로 영양가도 좋다. 롯데에서도 올해는 유망주 윤동희, 김민석이 외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잭 렉스가 부상으로 방출되는 등 여전히 외야 한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 FA 3명을 영입한 윈나우 시즌이라 ‘손아섭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길 법하다.
20대 전성기 시절과 비교될 정도로 손아섭의 올해 기세가 대단하다. 30대 중반이라 에이징 커브가 찾아와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에 크게 반등했다. 강인권 NC 감독도 손아섭을 두고 “역대급 페이스인 것 같다”며 “다른 그 어떤 시즌보다 겨울부터 준비를 철저히 했다.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덕아웃 리더로서 조금 더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도 성적 상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팀 주장으로서 책임감도 손아섭을 지탱하는 큰 힘이다.
지명타자 비율이 높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손아섭은 올해 지명타자로 가장 많은 44경기를 나왔다. 우익수로 27경기(8선발), 좌익수로 8경기(8선발) 뛰었지만 지명타자보다 비율이 낮다. 강 감독은 “체력 관리를 하며 타격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손아섭을 지명타자로 많이 배치했다”고 했다. 박건우, 권희동, 제이슨 마틴, 천재환 등 외야 자원이 풍족하다 보니 손아섭도 팀의 배려 속에 지명타자로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체력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 시즌 막판까지 타격왕 레이스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