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리그 유력한 MVP 후보 2명 다음에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Win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4.8로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선수 역대 최고 수치도 기대할 만한 페이스다.
김하성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 시즌 12호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으로 5출루 활약을 펼치며 샌디에이고의 14-3 대승을 이끌었다.
1회 첫 타석부터 볼넷으로 1루를 밟은 김하성은 2회 2루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4회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6회에는 다시 볼넷으로 찬스를 연결했고, 7회 좌월 솔로포로 시즌 12호 홈런 손맛을 봤다. 지난해 11개를 넘어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승부가 기울자 디트로이트 내야수 잭 쇼트가 마운드에 올랐다. 김하성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65.7마일(105.7km) 아리랑볼까지 우전 안타로 만들었다.
엄청난 승리 기여도, 오타니-아쿠냐 이어 WAR 3위 쾌거
6회 수비에서 포구 실책이 하나 있었지만 타격에서 맹활약한 김하성은 시즌 94경기 타율 2할6푼8리(313타수 84안타) 12홈런 34타점 51득점 18도루 42볼넷 79삼진 출루율 .357 장타율 .428 OPS .785로 성적을 더 끌어올렸다. 7월 16경기 타율 3할8리(65타수 20안타) 3홈런 4타점 OPS .892로 갈수록 기세가 뜨겁다.
이날 경기 후 WAR도 4.5에서 4.8로 높인 김하성은 LA 에인절스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6.8),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외야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5.0)에 이어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올랐다. 클래식 성적으로는 두 선수에 비할 바가 안 되지만 2루를 중심으로 전천후 내야 수비력을 뽐내 실질적인 기여도가 워낙 높다.
오타니와 아쿠냐 주니어는 각각 아메리칸리그(AL), 내셔널리그(NL)에서 올 시즌 가장 유력한 MVP 후보들이다. 이 선수들 바로 다음에 김하성이 위치해 있는 게 놀랍다. LA 다저스 1루수 프레디 프리먼(4.6), 텍사스 레인저스 유격수 코리 시거(4.5), 다저스 중견수 무키 베츠(4.4) 등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들도 WAR은 김하성 뒤에 있다.
추신수 넘어 한국인 WAR 최고 페이스, 슈퍼스타 평가까지
김하성이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 최초로 WAR 6 돌파도 기대할 만하다. 지난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외야수 추신수의 5.9가 최고 기록이다. 그 다음이 2019년 다저스 투수 류현진의 5.1. 최초 한국인 빅리거 박찬호도 2000년 다저스 시절 4.9가 최고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이날 ‘김하성은 슈퍼스타 범주에 속하지 않지만 이제는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며 ‘김하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WAR 4.5로 샌디에이고 팀 내 1위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2004년 마크 로레타 이후 WAR 5 이상 기록한 2루수를 배출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