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저런 선수를 데려왔는지…”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로 떠오른 에릭 페디(32.NC)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도 페디는 6⅔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3실점으로 막고 팀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7회 2사 1,2루에서 내려간 뒤 구원 김영규가 2타점 2루타를 맞는 바람에 실점이 3점으로 불어났지만 6회까지 한 점도 주지 않는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주무기 스위퍼뿐만 아니라 우타자 몸쪽 투심 패스트볼, 좌타자 몸쪽 커터도 아주 위력적이었다.
이날까지 페디는 올 시즌 16경기(96⅓이닝) 13승2패 평균자책점 1.87 탈삼진 117개 WHIP 1.00 피안타율 2할4리를 마크했다. 다승·평균자책점·피안타율 1위, 탈삼진·WHIP 2위. 4실점 이상 허용한 경기가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기복 없이 압도적인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16경기 모두 5이닝 이상 던졌고, 최다 실점은 3점으로 4경기에 불과하다.
전력 분석에 능한 KBO리그이지만 시즌을 절반 넘게 치른 지금까지도 뚜렷한 페디 공략법이 안 보인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차라리 다른 공을 버리고 하나만 노리고 쳐야 한다. 스위퍼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겠지만 그걸 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거의 ‘마구’ 수준으로 평가되는 스위퍼인데 역발상으로 이걸 치는 게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정구로 쓰는 스위퍼뿐만 아니라 투심과 커터도 워낙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페디의 투심과 커터도 치기 쉽지 않다. 가운데로 오는 게 아니라 존 끝으로 들어온다. 커터가 143km, 투심이 150km 이렇게 나오는데 노려도 치기 쉽지 않은 볼이다”며 “어디서 저런 선수를 100만 달러에 데려왔는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근 2년간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돈 페디는 지난해 12월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에 NC와 계약했다.
상대팀뿐만 아니라 소속팀 NC도 이 정도로 잘할 줄 예상은 못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는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어 기복이 없다. 스위퍼에 대한 생소함이 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타자들이 적응할 때가 됐다. 그런데도 다른 공들이 워낙 좋다 보니 타자들이 어려워한다. 커터에 투심, 체인지업까지 진짜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시즌 23승까지 가능한 페이스. 지난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 2016년 두산 더스틴 니퍼트의 22승을 넘어 KBO리그 외국인 투수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가능하다.
두산 배터리코치로 리오스와 니퍼트의 전성기를 봤던 강인권 감독은 “기량 면에서 페디가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니퍼트도 처음 왔을 때 제구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미국에서 불펜을 하다 와서 (선발로) 적응이 필요했는데 페디는 적응력도 훨씬 빠르다”고 손을 덜어줬다.
아주 빠르게 KBO리그에 연착륙한 페디는 나아가 외국인 투수 최초로 규정이닝 1점대 평균자책점까지 노린다. 지난 2007년 두산 리오스의 2.07이 최저 기록으로 남아있다. 또한 지난 2010년 한화 류현진(1.82) 이후 13년 만에 KBO리그 1점대 평균자책점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