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김에 쉬어간다. 그동안 쉼없이 달려온 김민우(28·한화)에겐 어쩌면 유익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김민우는 한화를 대표하는 이닝이터 투수였다. 2020년 132⅔이닝, 2021년 155⅓이닝, 2022년 163이닝으로 3년간 팀 내 최다 451이닝 던졌다. 외국인 투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계속 이탈한 상황에서 꾸준히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키며 토종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특히 2021년에는 도쿄올림픽 국가대표에도 발탁돼 개인 최다 14승(10패)을 올리며 평균자책점 4.00으로 활약했다. 14승은 지난 2010년 류현진(16승) 이후 한화 투수 최다승 기록. 지난해 9월4일 대전 NC전에선 9이닝 1실점으로 2012년 류현진 이후 첫 한화 20대 투수로는 첫 완투승도 해냈다.
그러나 올해는 거듭된 부상으로 불운의 시즌이 되고 있다. 지난 5월14일 문학 SSG전에서 4회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강습 타구에 공을 던지는 오른팔을 맞는 게 불운의 시작이었다. “타구에 다리는 맞아봤어도 팔을 맞은 건 처음이었다. (시즌이) 끝난 줄 알았는데 골절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살 없는 부분에 맞아서 엄청 아팠다. 지금도 (맞은 부위) 뼈가 튀어나와 있다. 만지면 아직도 아프다”는 것이 김민우의 회상이다.
뼈가 부러진 줄 알고 놀랐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타박상이었다. 하지만 팔 주위가 크게 부었고, 부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열흘이 필요했다. 복귀 후 4번째 경기째였던 지난달 14일 사직 롯데전에는 어깨에 통증이 찾아왔다.
1회 마지막 타자 안치홍 상대로 던질 때 어깨에 우두둑 소리가 났다. 1회 투구를 마친 뒤 교체됐고,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삼각근 부분 파열로 나타났다. 최대 3개월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서산 재활군으로 이동했다.
한 달째 재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김민우는 “회복에 집중하며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다. 3개월 재활 진단을 받았는데 최대한 거기에 맞추고 싶다. 시즌 마지막이라도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며 시즌 내 복귀를 희망했다.
부상도 아쉽지만 올 시즌 12경기(51⅔이닝) 1승6패 평균자책점 6.97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던 게 더욱 마음이 걸린다. 김민우는 “올해 너무 안 좋았다. 초반부터 뭔가 계속 잘 안 풀렸다. 선발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성적도 안 나고, 다쳐버린 바람에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충분히 많이 던진 만큼 안식년이 필요할 때가 됐다. 김민우는 “이렇게 된 것 회복 잘해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참에 조금 여유를 갖고 회복하면서 그동안 좋지 않았던 것들도 돌아보고 있다. 고칠 건 고치면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민우가 예정대로 3개월 재활을 하면 9월말 이후 복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닝 제한이 있는 2년차 문동주가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함께 그대로 시즌 아웃될 것으로 보여 한화는 선발 자원이 1명이라도 더 필요하다. 김민우가 좋은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