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신입교사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20일 허지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느 젊은 교사의 삶이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영원히 멈추어 섰다"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앞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19일 오전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그는 최근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허지웅은 "다른 무엇보다 장소가 가장 마음 아프다.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긴 것"이라며 "뉴스에서는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나온다. 학생들의 인권이 올라간 탓에 교사들의 인권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거다. 틀린 말이다. 교권이라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의 인권을 되찾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위협했다면, 그건 애초 인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라며 "교권이라는 말은 교실에서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가 따로 존재하고 서로 상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한다. 인권은 나눌 수 없다. 인권은 누가 더 많이 누리려고 애쓸 수 있는 땅따먹기가 아니다. 그런 잘못된 말의 쓰임과 인플레가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당했던 폭력과 부조리를 정상으로 애써 돌려놓았다면, 그간 악습으로 위태롭게 눌러왔던 것들을 원칙과 절차를 통해 규제할 수 있는 엄정한 도구 또한 함께 고민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룰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허지웅은 "보나마나 서로 탓을 돌리는 정치권과 진영의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며 "저는 남탓을 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올 쪽에 서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덧붙이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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