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프리에이전트(FA)의 첫 번째 시즌. 냉정히 말해 전반기는 아쉬움이 짙었다. 부상도 있었다. 후반기에는 이제 타선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게 필요하다.
올해 롯데와 4년 50억 원에 계약한 노진혁(34)은 롯데가 지극정성으로 데려온 유격수다. 유격수 공백을 채워주기를 바랐고 타선에서 연결고리 역할은 5월까지만 하더라도 팀의 상승세와 궤를 함께하면서 타선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노검사의 영장 집행’은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이뤄졌다. 적재적소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냈고 롯데는 고비들을 이겨내고 승리할 수 있었다. 5월까지 타율 2할8푼7리(136타수 39안타) 3홈런 22타점 OPS .800의 성적을 남겼다. 이 기간 득점권 타율은 2할5푼(36타수 9안타)에 불과했지만 결승타만 3번을 쳤고 7회 이후 2점 차 이내의 상황에서 타율 4할2푼3리(26타수 11안타)로 순도높은 활약을 펼쳤다. 클러치의 사나이였다.
5월까지 뜨거웠던 해결사, 6월 옆구리 통증으로 시름시름...성적도 뚝
그러나 6월부터 옆구리 통증에 시달리면서 컨디션이 온전치 않았고 6월 15일 1군에서 말소됐고 20일 동안 이탈했다. 약 3주의 시간은 뜨거웠던 노진혁의 감각을 완전히 차갑게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노진혁의 부진과 팀의 하락세 그래프가 일치했다. 노진혁이 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6월 이후 노진혁은 14경기 밖에 출장하지 못했고 타율 1할5푼6리(45타수 7안타) OPS .424의 성적에 그쳤다. 이 기간 팀은 33경기 11승22패에 그쳤다. 노진혁이 기록하고 있는 WPA(승리 확률 기여 합산) 0.81은 여전히 팀 내 1위다. 3주 가량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노진혁만큼 팀이 승리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선수가 없었다는 의미다. 공백이 컸다.
노진혁의 험난한 이적 첫 시즌이 지나가고 있다. 어느덧 시즌 기록은 타율 2할5푼4리(181타수 46안타) 26타점 OPS .708에 머물고 있다. 이대로라면 상무 전역 이후 본격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제일 나쁜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개인 커리어의 흠이 FA 이적 첫 해에 만들어지게 된다면 선수의 입장에서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이적 첫 해,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지만 스스로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전반기 막판의 부진과 마음고생을 올스타전 축제 자리에서 멀티히트를 만들어냈다. 기분전환에는 성공했다.
"유격수 자신있다"는 구드럼 합류, 노진혁 포지션에도 변동? 반등의 포인트 될까
후반기는 어쩌면 다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기존 외국인 타자 잭 렉스가 퇴출됐고 니코 구드럼이 새롭게 합류했다. 렉스가 외야수였다면 구드럼은 내야를 기반으로 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외야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당장 내야 자리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20년 아메리칸리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오를 정도로 수비 역량을 갖추고 있는 선수이고 선수 스스로도 “유격수와 2루수, 내야 센터라인 포지션에서 가장 자신있고 편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 극대화를 위해, 또 노진혁의 수비와 체력 부담을 덜기 위해 구드럼이 유격수를 맡고 노진혁이 3루로 가는 포지션도 가능할 수 있다. 서튼 감독도 노진혁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으로 구드럼의 유격수 기용을 예고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수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구드럼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노진혁도 본궤도에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다.
NC 소속이던 지난해에도 노진혁은 전반기 55경기 2할4푼3리(181타수 44안타) 5홈런 28타점 OPS .708로 부진했다. 코로나19에서 컨디션 회복이 더뎠고 주장 역할의 부담 등의 변수가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 타율 3할1푼2리(215타수 67안타) 10홈런 47타점 OPS .892의 성적을 기록했다. 주장직을 내려놓았고 컨디션이 회복됐다고 불 수 있지만 이때 노진혁이 주로 나섰던 포지션은 3루수였다. 구드럼의 합류로 노진혁까지 살아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생긴 셈이다.
5월까지 활발했던 노검사의 영장 발부가 후반기에는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주 집행되어야 한다. 모두가 기대했던 화룡점정을 찍는 역할을 다시 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