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어야 했는데…”
지난해 한화의 히트 상품이었던 ‘낭만 투수’ 윤산흠(24)은 올해 첫 1군 스프링캠프에 이어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4월1일 고척 키움전 개막전에서 6회 1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고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다음 경기부터 제구가 흔들렸다.
특히 홈 개막전이었던 4월7일 대전 SSG전이 아쉬웠다. 3-2로 쫓긴 1사 1,3루 위기 상황에 올라온 윤산흠은 박성한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만루에서 오태곤을 헛스윙 삼진 잡고 승리까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뒀다. 그러나 전의산 상대로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주며 밀어내기 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경기도 한화가 3-7 역전패.
다음날 SSG전에서도 8회 투입됐지만 안타를 맞은 뒤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를 만든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4월14일 수원 KT전 ⅓이닝 1실점을 끝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도 5월까지 제구 불안으로 기복을 보이며 고전을 거듭했다.
퓨처스 팀에서 3개월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윤산흠은 “시즌 초반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린 것 같다. 잘하려고 하다 보니 힘이 많이 들어갔다. (위기 상황을 이겨내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어야 했는데 거기서 고꾸라졌다. 다음에 그런 상황이 오면 욕심 부리지 않고 할 것이다”고 돌아봤다.
6월부터 박정진 퓨처스 투수코치와 함께 여러 변화를 시도 중이다. 지난 2008~2009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수였던 팀 린스컴처럼 왜소한 체구에도 온몸을 쓰는 역동적인 투구폼인 윤산흠은 “투구시 다리를 들고 나갈 때 템포를 한 번 늦춰 천천히 나가는 쪽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훈련할 때 루틴들도 바꿨다. 캐치볼을 짧은 거리를 강하게 많이 던졌는데 지금은 다리를 벌려 자세를 한 번 잡고 던지며 밸런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진 코치는 “산흠이는 워낙 질문이 많은 선수다. 준비 과정부터 세세한 것까지 루틴을 만들고 있다”며 “볼 자체가 좋은 투수인데 결국 제구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얘기를 많이 하면서 피드백을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를 준 효과인지 6월 이후 9경기에서 홀드 2개를 거두며 8⅔이닝 5피안타 3볼넷 9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2.08로 호투했다. 제구가 안정을 찾으면서 1군 콜업을 받을 만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어느 한 명 빼기 어려울 정도로 한화 불펜이 잘 돌아가고 있어 2군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그 사이 짧게 정리했던 머리카락도 지난해처럼 꽤 길었다.
하지만 이 머리도 올 시즌 마치면 다시 짧게 잘라야 한다. 지난달 1일 발표된 상무야구단 최종 합격 명단에 포함돼 오는 12월 입대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윤산흠은 “상무에 가면 지금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한 만큼 내가 해볼 수 있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구종 마스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직구, 커브 투피치 투수인 윤산흠이지만 최근 같은 팀 선배 투수 이민우에게 배운 커터를 실전에서 써먹고 있다. 윤산흠은 “민우형이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걸 좋아한다. 6월부터 민우형에게 커터를 배웠는데 괜찮게 쓰고 있다”며 “2군에 있지만 잊지 않고 계속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다시 1군에 설 날을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1군에서 한 번 던지고 군대 가고 싶다”며 남은 시즌 끝까지 1군 콜업을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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