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은 재물이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뜻한다. KBO리그에선 좋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육성하는 팀들에게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00년대 두산을 시작으로 2010년대 들어 키움과 LG가 화수분 야구 타이틀을 이어받았다.
그 다음 화수분 야구로 주목받는 팀이 있으니 바로 한화다. 길고 긴 암흑기 끝자락에서 한 줄기 빛을 보기 시작한 한화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역대 최다 타이 14연승을 달리며 북부리그 우승(63승33패, 승률 .656)을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도 한화 퓨처스 팀은 31승23패1무(승률 .574)로 북북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한화 1군은 지난달 21일 대전 KIA전부터 1일 대구 삼성전까지 무려 18년 만에 8연승을 기록해 화제가 됐는데 퓨처스 팀도 8연승을 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된다. 지난달 4일 서산 삼성전부터 16일 익산 KT전까지 첫 번째 8연승을 기록했고, 23일 서산 두산전을 시작으로 12일 서산 두산전까지 두 번째 8연승을 달리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고 첫 경기인 21일 서산 SSG전에서 시즌 최다 9연승에 도전한다.
육성에 중점을 두는 퓨처스리그이긴 하지만 성적이 갖는 의미도 분명 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어 올해 우승까지 노리는 LG가 2020~2021년 2년 연속 북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성적과 육성을 다 잡았다. 퓨처스 팀부터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발전했다. 최근 한화 퓨처스에서 LG 모습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지난달 28일 강화 SSG전에서 7이닝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운 투수 정이황을 중심으로 팀 평균자책점 2위(4.00)의 마운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신인 김서현도 선발 전환 후 3경기 연속 호투하며 1군 복귀를 노리고 있다. 김건(.381), 유로결(.369), 김민기(.341), 권광민(.329) 등 3할대 타자들도 즐비하다. 신인 유격수 이민준도 안정된 수비력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원호 감독이 1군 사령탑에 선임된 지난 5월12일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김성갑 한화 퓨처스 감독은 “2군은 성적이 상관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기면서 육성하는 게 좋다. 그래야 분위기가 좋다. 요즘 우리 선수들은 질 것 같지 않다고 한다”며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코칭스태프에서는 선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끄집어내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 코치들이 열심히 움직이며 선수들과 소통하다 보니 케미가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최원호 감독이 퓨처스에서 컨디션 좋은 선수를 1군에 올리면 바로 경기에 내보내준다. 1군에 가면 바로 경기까지 뛸 수 있으니 선수들에게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퓨처스에서 개막을 맞이했지만 1군 콜업 후 주전으로 자리잡은 외야수 이진영, 내야수 이도윤, 1군에서 부진하다 퓨처스 조정을 거친 뒤 안정을 찾은 투수 주현상, 내야수 김인환도 선수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최원호 감독을 보좌한 박정진 한화 퓨처스 투수코치는 “최 감독님께서 (2020년부터) 퓨처스 팀에 오랫동안 계셨다. 감독님이 1군에 올라가신 뒤에도 그 시스템 그대로 계속 하고 있다. 선수 몸 관리와 컨디셔닝을 중요시하셨는데 투수의 경우 웬만해선 연투하지 않고, 선수 몸 상태에 따라 정해진 개수를 철저하게 지킨다. 그런 시스템이 잘 정착된 효과가 성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코치는 “처음에 최 감독님이 오셨을 때 되게 놀랐다. ‘진짜 이런 것도 있구나’ 싶어 신선했다. 시스템이 정착되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 잘 정립됐고, 선수들에게도 흡수가 됐다. 덕분에 부상자가 엄청 많이 줄었고, 선수들도 좋은 몸 상태와 분위기로 야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코치는 “우스갯소리로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집중만 하면 전승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육성도 이기면서 하는 게 좋다. 자주 이길수록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우리 팀은 이제 그만 질 때가 됐다. 지금처럼 하면 내년, 내후년이 더 좋아질 것이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