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댄 스트레일리를 방출하고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34)은 일본프로야구 경험이 있다. 롯데는 지난 18일 총액 35만 달러(연봉 2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에 윌커슨 영입을 공식 발표하며 ‘일본 리그 경험을 통해 얻은 아시아 야구 적응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윌커슨은 “일본 경험으로 아시아 문화에도 잘 적응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도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지난 2017~2019년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3시즌(14경기 35⅓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6.88) 경력이 있는 우완 투수 윌커슨은 대부분의 커리어를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30대를 넘긴 뒤에도 미국에서 자리잡지 못하자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지난해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하며 일본으로 향했다.
추정 연봉 68만 달러로 계약 규모에서 나타나듯 큰 기대를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뎁스 보강용 영입으로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후지나미 신타로, 이토 마사시 등 선발들이 코로나19 확진으로 이탈하면서 대체 선발로 투입된 4월16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5월에는 4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1.04로 맹활약하며 센트럴리그 월간 MVP에도 선정됐다.
5월까지 7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1.45로 에이스 구실을 했지만 6월 이후 7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8.23으로 성적이 급락했다. 8월4일 요미우리전(1이닝 5실점 패전)이 마지막 투구로 이후 코로나19에 걸려 컨디션이 무너졌다. 결국 2군에서 시즌을 마쳤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해 미국으로 귀국했다.
최종 성적은 14경기(70⅔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4.08 탈삼진 54개. 기복이 있긴 했지만 준수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한신은 윌커슨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시즌 후 6명의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무게를 뒀다. 당시 그와 같이 퇴단한 선수 중에는 KBO리그 출신 투수 라울 알칸타라도 있었다.
일본에서 2년차였던 지난해 알칸타라는 불펜투수로 39경기(38⅓이닝) 1승3패1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4.70 탈삼진 29개를 기록했다. 후반기 10경기 평균자책점 6.52로 부진 끝에 재계약이 불발됐고, KBO리그에서 보류권을 가진 두산과 계약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알칸타라는 올해 KBO리그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반기 17경기(106⅔이닝) 9승3패 평균자책점 2.03 WHIP 0.94 탈삼진 107개로 위력을 떨쳤다. WHIP 1위, 평균자책점 2위, 다승·탈삼진 3위, 이닝 5위에 오르며 두산의 3위 반등을 이끌었다.
지난해 일본에서의 성적만 보면 알칸타라보다 윌커슨이 더 좋았다. 윌커슨이 선발, 알칸타라가 구원으로 보직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윌커슨에게 확실히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지난해 성적을 그대로 대입하면 윌커슨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관건은 올해 몸 상태다. 1992년생으로 아직 팔팔하게 150km대 강속구를 뿌리는 알칸타라에 비해 1989년생 윌커슨은 30대 중반이 됐다. 구속으로 승부하는 투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구위가 뒷받침돼야 통할 수 있다.
올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트리플A 라스베가스 에비에이터스에서 14경기(6선발·47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6.51로 부진했는데 구속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6일(한국시간) 트리플A 경기에서 최고 92.5마일(148.9km), 평균 91.2마일(146.8km)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지난해 일본에서 최고 구속은 14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