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김하성(28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골드글러브 수상을 좌우하는 지표 SDI(SABR Defensive Index)에서 압도적인 선두 자리를 지켰다.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릴리스한 자료에 따르면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 김하성은 SDI ‘8.0’으로 양 리그를 통틀어 1위를 지켰다. 2위 타이로 에스트라다(5.1)를 3점 가까이 앞선 수치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는 수비를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공격은 실버슬러거). 투표인단은 30개 구단 감독과 코치(최대 6명)로 이뤄지는데, 자기 팀 선수에게는 표를 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가라도 이름값을 따라가는 경향은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이를 배제시키기 위해 2013년부터 SDI를 도입했다. 투표 결과 75%에 SDI를 25% 반영시키는 방식으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투표인단에게는 매월 SDI를 자료가 제공된다. 참고하라는 의미다. 때문에 이 수치가 수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아메리칸리그는 투수, 내셔널리그는 투수와 3루수, 유격수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의 황금장갑이 SDI 1위와 일치했다.
SABR은 매월 한 번씩 SDI 수치를 릴리스하는데,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김하성이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6월 발표 때는 6.0으로, 2위 에스트라다(3.0)를 크게 앞섰다. 둘 간의 차이는 잘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수비 지표는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ML 전 포지션 랭킹 * NL 2루수 랭킹
그의 수비력은 2루수에서만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포지션을 따져도 메이저리그 최상급으로 나타난다. 전체 1위는 콜로라도의 3루수 라이언 맥마흔(11.1)으로 집계됐다. 이어 샌디에이고의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1.0)와 피츠버그 3루수 키브라이언 헤이스(9.1)이 2, 3위를 다툰다. 김하성은 그다음인 4위에 랭크됐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세부 수치에서도 탁월함이 드러난다. 수비로 막아낸 실점을 따지는 DRS(Defensive Run Save)의 경우 18로 ML 전체 1위다. 또 평균 대비 아웃 처리를 의미하는 OAA(Out Above Average) 역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까지 11을 마크, 완더 프랑코(탬파베이 유격수)와 공동 1위였으나, 현재는 프랑코가 1점을 보태 조금 앞선 상황이다.
김하성은 이미 지난해 유격수 부문에서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위치를 옮겨 2루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도, 압도적인 수비력을 보여준다는 점이 놀랍다.
팀 내에서도 공공연하게 그의 수상을 기대한다. 밥 멜빈 파드리스 감독은 “그의 플레이는 오랫동안 2루수로 뛰던 선수들도 하기 힘든 것들이다. 골드글러브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비를 보여준다”며 극찬했다.
당사자도 굳이 수상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처음 미국으로 오면서 골드글러브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3년째에 접어들면서 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매일 나가서 열심히 플레이 하고, 맡은 일을 잘 해내면 아마도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디어들도 주목한다. 이제 골드글러브는 당연하고, 최고 수비수 1명에게만 주어지는 플래티넘 글러브의 강력한 후보로 꼽기도 한다. 한 매체는 “김하성이 올 시즌 대부분을 2루수로 뛰었지만, 유격수와 3루수 자리도 잘 메웠다. 어느 포지션에 나가더라도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어, 내셔널리그 플래티넘 글러브의 선두 주자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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